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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디트로이트시 재정 비상사태… 끝모를 추락

입력 | 2013-03-04 03:00:00

세계 자동차 산업 메카… 가장 비참한 도시 전락




미국 자동차산업의 쇠퇴와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디트로이트의 시내가 공동화되고 있다. 폐허가 된 건물이 늘어나면서 범죄율도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출처 뉴욕타임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950년대 인구 약 180만 명으로 미국 도시 중 4위였으나 2010년 71만 명으로 줄어 18위까지 내려갔다. 미시간 주는 극심한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디트로이트 시를 직접 운영하겠다며 1일 ‘재정 비상사태(fiscal emergency)’를 선포했다.

컴퓨터회사 게이트웨이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공화당의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55)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디트로이트의 재정난을 방치하면 시민들이 공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열흘 후 재정전담 관리자를 지명해 시의 재정관리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감사팀을 운영해 시 재정을 검토해 왔으며 주 정부의 관리 및 도움이 없으면 시의 회생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정전담 관리자는 시 예산안을 승인하고 법적 제한 없이 시 자산을 매각하거나 공직자의 봉급 지급을 연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그가 단행할 강력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재정전담 관리자는 파산을 선언할 수도 있다.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하면 미국 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대 규모의 지방정부 파산이다. 금융위기 후 로드아일랜드 주의 센트럴폴스, 펜실베이니아 주의 스크랜턴 등이 파산을 선언했지만 이들은 모두 인구 10만 명 미만의 소도시였다.

현재 디트로이트의 재정 적자는 3억2700만 달러(약 3531억 원), 장기 부채는 무려 140억 달러(약 15조1200억 원)이다. 2013 회계연도(2012년 10월∼올해 9월) 적자만 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시 재정은 방만하게 운영됐다.

디트로이트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1월 선정한 ‘비참한 미국 도시 순위’에서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미국 내 범죄발생률 1위 도시로 꼽혔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한 살인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의 발생건수는 1만 명당 2137건으로 미국 평균에 비해 5배 높았다. 모두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했던 미국 3대 자동차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고 세수 부족으로 인한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시작된 디트로이트의 추락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급성장,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속도가 빨라졌고 GM과 크라이슬러가 2009년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한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GM에만 무려 500억 달러(약 54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구제금융을 투입한 덕에 파산은 면했지만 부동의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였던 GM은 국영기업이 됐고 그 위용도 사라진 지 오래다.

주 정부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며 재정관리에 나섰지만 디트로이트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흑인 인구가 83%인 데다 이들 대부분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어서 백인 공화당 주지사의 재정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 위기 극복을 위한 단합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스타 선수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인 흑인 시장 데이브 빙(70)과 시의회 의원은 재정 비상사태 선포보다 연방정부의 지원이 우선이라며 스나이더 주지사의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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