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쥐나는 프로야구 암호전쟁
머리 쥐나는 프로야구 암호전쟁
○ 공격, 2개만 진짜 나머지는 가짜
공격 때 쓰는 사인에는 보통 가짜 사인들 중간에 키(key) 사인과 작전 사인이 섞여 있다. 키 사인은 바로 다음에 작전 사인이 나온다는 걸 알리는 신호다.
예를 들어 키 사인이 가슴 두드리기인 팀에서는 오른쪽 귀를 만지는 건 치고 달리기, 코를 쓰다듬는 건 희생번트 사인인 식이다. 이 팀의 작전코치가 ①코를 쓰다듬고 ②왼쪽 팔꿈치를 만진 다음 ③왼쪽 가슴을 두드린(키 사인) 뒤 ④오른쪽 귀를 만지고(진짜 사인) 나서 ⑤두 주먹을 위아래로 부딪치는 것으로 사인을 끝냈다면 작전은 치고 달리기다. 처음에 코를 만진 것은 속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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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동작이 너무 적으면 상대에게 노출되고, 너무 많으면 같은 팀 선수들이 헷갈린다. 코치들은 보통 한번 사인을 낼 때 10개 안팎의 동작을 섞는다.
○ 투·포수, 손가락도 찰떡궁합
배터리(투수와 포수를 함께 일컫는 말) 사인도 보통 스프링캠프 때 결정한다. 포수 사인은 2루 주자를 제외하면 거의 노출될 일이 없기 때문에 속이기 위한 포장이 덜하다. 단 2루에 상대 주자가 있을 때는 주자가 보지 못하게 투수가 사인 순서를 정한다. 투수가 어깨에 대고 손가락 하나를 펴면 첫 번째 사인이 진짜라는 식이다.
사인을 낼 때 보통 속구(직구) 사인은 코스까지 함께 낸다. 변화구는 제구가 까다로운 데다 몸 쪽으로 변화구를 던지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구종만 전달한다. 투수와 포수가 의견이 다를 때는 포수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기본이다.
○ 얼마나 헷갈릴까?
사인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많다. 모 구단 관계자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느림보) 선수들이 단독 도루를 했을 때는 사인을 잘못 해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팀당 2, 3명씩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날의 사인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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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 보안을 위해 각 팀은 경기 중 5회가 끝나면 사인을 바꾼다. 시즌 중에도 전반기와 후반기, 포스트 시즌 때의 사인이 다 다르다. 선수 트레이드가 벌어졌을 때도 새로운 사인을 만든다. 그 대신 1, 2군 간에는 사인이 같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