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어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 등 5개 국정목표로 구성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를 확정 발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후퇴로 비칠 수 있는 대목과 공약 이행에서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집은 국민통합-정치쇄신-일자리와 경제민주화-중산층 재건을 4대 지표로 제시했으나 국정과제는 경제민주화를 대항목에서 제외했다. 박 당선인은 작년 7월 대선 출마 선언 때 경제민주화 실현-일자리 창출-복지 확대를, 작년 11월 비전 선포식에서는 국민통합-정치쇄신-일자리와 경제민주화를 각각 3대 국정지표로 내놓았다. 일관되게 경제민주화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인수위는 “164개 우선시행 과제에 중소기업을 위한 3불(不) 해소와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공정위뿐만 아니라 감사원 등 타 기관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것,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불법 행위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민주화 관련 항목이 많다”며 경제민주화의 후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대주주 횡령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선임권,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등 공약집에서 빠진 내용이 꽤 있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를 대항목에서 빼 창조경제의 5번째 소항목으로 둔 것이 갖는 상징성이다. 인수위가 국정과제 체계를 이렇게 손질한 것은 ‘신성장동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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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는 ‘중용(中庸)의 지혜’가 필요한 과제다. 공약을 슬그머니 빼거나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교조적으로 매달려서도 큰일이다. 수정이 필요하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적 이해를 얻어 고쳐 가면 된다. 그게 국가지도자의 진정한 용기다.
과도한 복지공약 털어내기를 미루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공약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서는 5년간 135조 원이 더 필요하며 증세는 불가피하다. 잠깐 증세를 미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 번 시행한 복지제도는 없애기 힘들어 갈수록 재정 압박이 커진다. 복지는 한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며 지속 가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