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약세장 지속으로 증권사 구조조정 후폭풍
한때 대학생 선망 직종 1위에 꼽혔던 애널리스트가 요즘 ‘굴욕의 시절’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증권가에서 2월은 3월 결산을 앞두고 애널리스트 모시기 경쟁이 한창 벌어질 때.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스토브리그’가 열리기는커녕 대부분 증권사가 있는 애널리스트도 잘라내는 판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모든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15∼20% 비용 절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빠르면 30대 중후반에 억대 연봉을 받은 덕분에 ‘증권사의 꽃’으로까지 불렸던 애널리스트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 스카우트는 옛말, 흉흉한 소문만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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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애널리스트들이 영업직으로 돌아서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수년간 통신부문 베스트로 꼽혔던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기관영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맘때면 한창 달아올라야 할 ‘스토브리그’도 사라졌다. ‘1년 장사’가 마무리돼 가는 2월에 재계약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에 예년에는 2월에 임금 협상 및 스카우트 열기로 후끈했다. 하지만 올해는 스카우트 소식 대신 ‘모 증권사 모 씨는 재계약 대상이 아니라더라’는 ‘카더라 통신’만 난무하고 있다.
리서치센터가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이유는 1년 단위 계약직 고액 연봉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리서치센터장 연봉은 대개 2억∼3억 원 정도다. 잘나가는 애널리스트들은 센터장보다 몸값이 높을 때도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만큼 구조조정의 위험도 큰 것. 회사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연봉 삭감 내지 인원 감축 대상이 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보통 증권사 사장 임기가 2∼3년인데 이 기간 안에 확실한 성과를 내려면 유지 비용은 크고 시장점유율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리서치센터를 먼저 건드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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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관투자가의 거래 대금은 거의 ‘바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달 2조569억 원으로, 2011년 4월 3조8749억 원의 반 토막 수준이다.
○ 고달파진 애널리스트의 삶
애널리스트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다가 2000년 들어 코스피가 1,000 선에 안착하고 2,000 선을 돌파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게 되자 전문직으로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들은 입사 후 3∼5년간 보조연구원(리서치 어시스턴트·RA) 역할을 하다 업종을 맡으면서 대접을 받는다. 국민연금 등 뭉칫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누가 잘 맞힌다더라”는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몸값 상승이 시작된다. H증권 한 애널리스트는 “초기 연봉이 6000만∼8000만 원으로 시작하는데 정말 잘하면 1년만 지나도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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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다시 상승 국면에 들어서면 분위기도 바뀔까. 이들은 기다린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