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재산이 13일 공개됐을 때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 후보자는 공직을 퇴임한 후 법무법인에서 2년 동안 6억7000여만 원을 받았다. 총리실은 “30년 이상 법조인으로 일한 경력을 감안하면 과한 보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법조인들도 “한 달에 3000만 원이면 많은 액수가 아니다. 사건 수임은 하지 않고 자문만 한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연간 3000만 원도 아니고 월 3000만 원이 많은 게 아니라는 주장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월 3000만 원이 많은 보수가 아니라는 건 사실이었다. 그 후 발표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11년 8월 부산고검장 퇴임 후 한 달 만에 로펌에 고문변호사로 취업해 17개월간 16억 원을 받았다. 한 달 평균 1억 원을 받은 셈이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1년 반 동안 받은 수임료가 28년 공직생활 동안 모은 재산보다 많다는 것은 전관예우(前官禮遇)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한 이유 중 하나도 로펌에서 7개월간 7억 원을 받은 사실이었다.
전관예우는 퇴직한 판검사들이 변호사 개업을 해 사건을 맡았을 때 현직 판검사들이 ‘나도 언젠가는 옷을 벗을 텐데…’라는 생각에서 변호사를 잘 봐주는 것을 뜻한다. ‘돈으로 형량을 사고파는 범죄’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변호사법을 개정(일명 전관예우금지법)해 2011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1년간 일했던 법원과 검찰 소관 사건은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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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후보자 측에서는 전관예우로 번 돈이 아니어서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월 1억 원은 과거의 공직 경력을 토대로 받는 보수이며 일반인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액임에 틀림없다.
일본에선 전관이 퇴임 후 변호사를 개업하는 행위 자체를 부도덕하게 여긴다. 미국은 현직 판검사가 전관 변호사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도 합석하지 못할뿐더러 마주친 사실까지 반드시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할 만큼 윤리기준이 엄격하다. 우리도 전관예우 논란이 일지 않도록 처벌 조항을 넣는 등 관련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현직 법조인을 막론하고 높은 윤리의식을 갖고 처신하길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