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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개 드는 애국적 핵무장論, 현실도 고려해야

입력 | 2013-02-15 03:00:00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본보 인터뷰에서 국내 일각의 핵무장과 전술핵 배치 주장에 대해 “애국적 생각을 높이 평가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제 공조를 해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는 게 목표인 만큼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시기상조의 본래 의미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말한 시기상조는 ‘안 된다’는 쪽에 더 무게가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대하는 국내의 반응은 1, 2차 핵실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북핵의 위력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고 소형화 경량화 단계로 접어들어 실전배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중진 의원들까지 공공연히 핵무장론(論)을 거론하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 들고서 집을 지킨다고 할 수는 없으며 핵 억제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의 핵무장론은 두 가지 논거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군사적으로 대칭구도를 만들려면 우리도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실전배치하면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곳은 당연히 한국이다. 북이 ‘미국 겨냥’ 운운하는 것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설사 북이 미국을 겨냥하더라도 한국이 1차적 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자위적 차원에서 핵 억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핵무장론의 다른 논거는 북한 중국 미국을 자극해 좀더 실효적으로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중국은 이전과는 다소 태도가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북 압박에 미온적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핵의 외부 확산 저지로 목표를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한국이 핵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갈수록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고착된 상황을 깨 실질적으로 북핵 폐기를 유도하려면 핵무장이라는 비상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핵개발에 착수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고, 한미동맹의 손상까지 감수해야 한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미국이 등을 돌리면 정치·경제적으로 잃을 게 더 많다. 북한에 대해 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할 근거도 잃게 된다.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에 반발할 것이며, 일본을 자극해 군사적 재무장과 핵무장을 촉발할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구책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미국의 ‘확장된 핵 억제력’, 즉 핵우산을 강화하는 것이다. 핵무장론의 충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되는 명제다.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북핵을 폐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