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엔 없는 비밀시설 ‘中바싼유류저장소’ 가보니
중국 랴오닝 성 단둥 시 외곽에 있는 ‘바싼유류저장소’. 북한으로 가는 석유는 대부분 이곳에서 압록강 밑으로 이어진 송유관으로 공급된다.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왼쪽 건물이 초소다. 단둥=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중국의 북한으로의 원유 공급은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의 ‘바싼(八三) 유류저장소’를 통해 이뤄진다. 바싼 저장소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시골에 있는 평범한 시골 유류저장소로 보이지만 지도에 표기조차 돼 있지 않은 핵심 군사시설로 군부대가 저장소 안에 주둔해 있다.
7일 단둥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이곳에 도착하자 외출을 나가는 듯한 군인들이 부대 밖에서도 5열 종대로 행진하는 등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었다. 10개가량인 흰색의 대형 원유탱크 주변으로는 교도소처럼 사방에 감시탑이 설치돼 병사들이 24시간 보초를 서고 있었다. 인근 산은 나무를 베어 내 개활지로 만들었다. 경계를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한 현지인은 “감시카메라가 많기 때문에 외부인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사진 촬영을 만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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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사정에 밝은 한 주민은 “원유 파이프는 평안북도 백마리에 있는 저장고로 이어지며 화물열차를 이용해서도 원유를 실어 나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이곳에서 나가는 원유의 3분의 1을 줄였다는 설이 돌았다. 당시 중국이 북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한동안 양측 관계가 소원했다는 점에서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 정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북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수시로 원유 물량을 조절해 온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도 원유를 매개로 북한을 압박할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원유를 제재 수단으로 삼는 이유는 북의 목줄을 죌 수 있는 가장 파괴력이 큰 조치이기 때문이다. 북은 원유의 대부분을 중국을 통해 들여온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원유는 전체 필요량의 20∼30%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북한의 공장 가동률은 3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공급을 줄이면 생산설비는 가동이 중단되고 북한 체제 자체도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중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류를 보면 과거보다 강도 높은 제재를 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원유 공급 제한과 함께 통관 및 검역 절차를 현실화하는 등 복합 제재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 해관의 경우 현재 소형 물품은 별다른 절차 없이 통관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북에서 화물을 싣고 온 트럭 운전사들이 당 간부들이 요청한 생필품을 다른 화물에 끼워서 갖고 들어간다. 농산물도 검역을 받지 않는다. 중국이 규정대로 통관검사를 하면 당장 북-중 교역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둥의 한 교민은 “통관을 강화하면 북한으로선 매우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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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