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고판화박물관 한중일 세화전
1923년 천도교에서 가채판화로 만든 세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그린 학과 소나무의 밑그림은 판화로 찍고 나서 별도로 채색한 가채판화다. 고판화박물관 제공
조선시대에는 도화서에서 수성(壽星·동양 별자리 28수 중 남극노인성)에 사는 선녀와 직일신장(直日神將·그날의 액운을 물리치는 수호신)을 그린 세화를 임금에게 바치곤 했다. 도교에서 수성은 목숨을 관장하는 별이라 장수를 기원하며, 직일신장은 운세가 길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에는 민간으로도 이 풍습이 퍼져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세화가 인기를 끌었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에 있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설을 앞둔 6일부터 이러한 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아시아 세화 판화의 세계’를 선보인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의 18∼20세기 세화와 인쇄목판 100여 점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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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비단에 찍은 천도교 판화는 한국에선 보기 드문 ‘가채판화’란 점에서 가치가 크다. 가채판화란 목판으로 밑그림 선을 찍고 붓으로 색을 칠하는 방식을 이른다. 정교한 맛은 떨어지지만 목판화 전통기법이 변화하던 과도기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중국 청(淸)대의 유명화가인 고동헌(高桐軒)과 왕소전(王紹田)의 세화도 만날 수 있다. 중국은 세화를 ‘연화(年畵)’라 부르는데 지금도 새해가 되면 선물용으로 많이 주고받는다. 일본 작품 가운데는 도쿠가와 막부시대에 만든 화투 원판을 담은 목판이 흥미롭다. 6월 30일까지. 2000∼3000원. 033-761-7885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