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대문표 아동복의 재발견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주부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서울원아동복 상가 매장에 진열된 유아용 모자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 일대에는 젊은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다른 아동복 매장에서도 여성 10여 명이 수북하게 쌓인 5000원짜리 티셔츠와 내복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커다란 봉투 여러 개에 옷을 꽉꽉 채워 넣어 도매상인으로 오해를 받을 듯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대형마트 업체조차 긴장하고 있지만 서울원아동복, 부르뎅, 포키 등 남대문시장 전통 브랜드 매장은 고객이 늘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들은 상가 명칭인 동시에 입점한 옷 가게들이 함께 쓰는 통합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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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남대문 브랜드’가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 있다. 서울원아동복 매장의 송미숙 씨는 “백화점에선 겨울 점퍼 한 벌이 20만 원을 웃도는데 여기서는 같은 돈으로 네 벌을 살 수 있다”며 “지방에서 날을 잡아 쇼핑하러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대문시장 브랜드들은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을 없애기 위해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해 젊은 부모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품질 좋은 원단을 쓰고 있다. 실제로 남대문시장의 아동복 매장에는 레깅스와 밀리터리룩 점퍼, 튀튀 스커트(발레복 스타일의 치마) 등 성인 매장 못지않은 다양한 디자인의 옷이 걸려 있었다. 한 상인은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가 나오면 바로 다음 주에 그것이 들어간 티셔츠가 나올 정도”라며 “심지어 남대문시장 제품을 백화점 납품 브랜드가 베껴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이 인기를 끌다 보니 부근 백화점에 ‘불똥’이 튀기도 한다.
남대문시장에서는 인근 신세계백화점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쇼핑을 즐기는 주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부 김모 씨(30)는 “백화점에 주차를 하고 유모차를 빌려 남대문시장에 아동복 쇼핑하러 왔다”며 “백화점이 문을 닫을 때까지 유모차를 이용할 수 있어 동네 엄마들과 명동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쇼핑을 즐기는 편”이라고 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유모차를 몰고 나가는 손님 때문에 가끔 분실사고가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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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