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동물 500만마리 매년 대이동… 버펄로와 사자무리 1대16 결투도
세렝게티 야생동물연구센터 앞을 유유히 걷는 코끼리. 세렝게티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 센터는 야생동물의 앞마당이기도 하다. 세렝게티=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을 코앞에서 관찰하며 연구할 수 있는 곳. 바로 탄자니아 야생동물연구소(TAWIRI·타위리) 세렝게티 연구센터를 1월 17일 찾았다.
타위리는 탄자니아 국립공원의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할 목적으로 1980년 설립된 국립연구소로, 탄자니아 제4의 도시 아루샤에 본부가 있다. 세렝게티 등 4개 지역거점 연구센터를 두고 석박사급 연구원과 직원 114명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침팬지를 연구한 곰베-마할레 연구센터도 타위리의 지역거점 연구센터 중 하나다.
센터 곳곳에 1950년대 독일 연구자들이 남긴 생물도감이나 사진 등이 있어 탄자니아와 아프리카 야생동물 연구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부를 만했다.
실험동에서는 식물 채집 연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세렝게티 북부에서 딴 초본식물의 표본들이 봉투에 담겨 날짜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퓨마과 센터장은 “채집한 표본들을 종별로 나눈 작업도 끝난 상태로 인근 대학 실험실과 함께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퓨마과 세렝게티 야생동물연구센터장(왼쪽)과 엄기선 충북대 의대 교수가 연구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세렝게티=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야생동물과 함께 숨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렝게티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이 센터에는 야생동물과 얽힌 이야기도 많다. 퓨마과 센터장은 버펄로와 사자가 1 대 16으로 ‘대결한’ 사건을 소개했다.
사실 사자와 버펄로는 우리나라 연구자들과도 인연이 깊다. 엄기선 충북대 의대 교수와 용태순 연세대 의대 교수, 신은주 서울여대 항생제내성균주은행장은 2010년부터 세렝게티의 사자 내장에서 채취한 기생충, 버펄로 피부 등에서 채취한 체체파리, 항생제내성균을 채집해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채집할 때는 타위리 연구원이 동행하고, 시료와 분석자료는 한국과 타위리에 각각 보관한다.
세렝게티 야생동물연구센터 전경. 왼쪽이 수의학동, 오른쪽이 실험동이다. 세렝게티=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한편 세렝게티 현장에서 장기 연구하는 한국인 연구자들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타위리 측이 세렝게티 연구센터의 수의학 연구동에 한국인 연구자를 입주시키기로 결정해 올해 9월부터 3년간 엄 교수의 기생생물자원은행에서 연구원이 파견된다.
첫 장기 파견 연구원으로 결정된 박한솔 충북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원은 “시료 채집을 위해 막 죽은 ‘신선한’ 야생동물 사체가 필요한데, 기간이 짧은 방문 연구로는 신선한 시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장기 거주 연구는 세렝게티의 자연을 연구하려는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