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콤 산 슬로프에서 가장 높은 해발 2240m에서 바라본 블랙콤 빙하의 급경사 설원. 다져지지 않은 딥스노에서는 파우더스킹을 즐길 수 있어서 이 트레일이 열리는 맑은 날이면 스키어들이 줄지어 몰려든다.
그래서 현지 여행사는 외지에서 온 오로라관광객에게 두툼한 파카와 방한화 모자 장갑 등 방한장구를 빌려준다. 그런데 이것만 입으면 한밤에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얼어붙은 호수의 눈밭에서 서너 시간씩 오로라를 기다려도 견딜 수 있다. 결론은 방한장비라면 캐나다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스노모빌도 같다. ‘스키두(Skidoo)’라는 캐나다산이 가장 인기가 높다.》
● 캐나다 휘슬러블랙콤 스키 리조트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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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스키리조트
한국 스키어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스키장에서 ‘고도차’(리프트로 오른 정상과 베이스의 높이 차)다. 알프스나 로키산맥 등 거대한 산악에서 스키를 타는 서양에선 고도차가 스키장 규모의 판단기준이다. 고도차가 클수록 스키를 타는 면적이 넓어서다. 높지 않은 산에서 타는 한국에선 그 기준이 ‘리프트 수’다. 고도차 400∼700m 정도에선 고도 차이로 규모가 차별화되지 않아서다.
스키를 얼마나 즐겼느냐를 가늠하는 것도 서양과 한국은 다르다. 우리는 리프트 탑승 횟수나 시간이 기준이지만 여기선 고도차의 총합으로 가늠한다. 캐나다 셀커크 산맥(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CMH 헬리스키를 보자. 6박 7일간 다운힐 고도차의 총계는 3만500m다. 미국 윌러멧패스 스키장(오리건 주)에선 내장된 전자 칩에 입력된 리프트 탑승 정보를 토대로 스키어에게 그날 탄 트레일의 고도차를 합산해 알려준다.
그러면 휘슬러블랙콤의 고도차는 얼마나 될까. 1440∼1609m다. 국내 최대 고도차인 레인보파라다이스(용평리조트) 702m의 두 배 이상이 된다. 산의 고도가 두 배 차라면 스키면적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할 수치다. 그런데 휘슬러블랙콤엔 그런 산이 두 개다.
하지만 그렇게 크고 넓은 산에 리프트는 38개뿐(곤돌라 3개·티바 16개 포함)이다. 그게 200개의 스키트레일을 커버한다. 국내에선 리프트 수가 적으면 규모도 작다. 산등성이에 설치한 리프트로는 한두 개의 트레일밖에 지원하지 못하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선 다르다. 리프트는 여러 개 트레일이 뻗어나가는 산마루의 거점에 가설된다. 그런 리프트 정상이 휘슬러블랙콤엔 휘슬러 정상(해발 2182m)을 포함해 7개(해발고도 1845∼2182m)나 있다. 스키트레일 200개는 거기서 연결되는데 일주일 내내 타도 다 섭렵하지 못한다. 사흘 내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두루 돌아다녔어도 직접 다운힐한 트레일은 40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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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m 트레일서 즐기는 환상의 스킹
블랙콤 산 정상 아래 블랙콤 빙하의 설원을 질주하는 스키어의 모습이 아름답다.
휘슬러블랙콤엔 이런 코스가 몇 개 더 있다. 휘슬러와 블랙콤 두 산의 리프트 정상에서 초록색 트레일(가장 쉬운 코스)을 따르는 길이다. 휘슬러블랙콤 스키장은 아무리 높아도 반드시 초록색 트레일이 있다. 그래서 초보자도 경치를 감상하며 내려올 수 있다. 하루의 마지막 스키 런을 블랙콤에선 선셋불러바드(초록색)에서 즐기자. 휘슬러라면 라운드하우스 로지(1850m)에서 휘슬러빌리지 베이스(675m)까지 이어진 포니트레일(초록색)이 좋다. ‘리틀휘슬러피크’(2115m)에서 ‘번트스튜 트레일’로 선볼(Sun Bowl·볼은 국그릇처럼 움푹 들어간 지형)을 통과해 빌리지까지 초록색 트레일만 따르는 길도 있다. 모두 7, 8km 이상의 장거리로 중상급자도 30분 이상은 걸린다.
스키보다 더 즐거운 애프터스키
스킹 후 온열 자쿠지에서 피로를 풀고 있는 스키어들. 어퍼타운의 코스트 블랙콤 스위트 호텔.
애프터스키로 꼭 해볼 만한 것이라면 ‘퐁뒤 디너’를 추천한다. 퐁뒤는 ‘스위스식 샤부샤부’다. 테이블에서 버너를 켜고 냄비를 올린 뒤 끓는 육수에 꼬챙이로 찍은 고기를 넣고 익혀 먹거나 흰 치즈를 백포도주와 함께 넣고 녹인 다음 잘게 썬 빵조각을 쇠꼬챙이에 꽂아 찍어 먹는다. 추운 겨울에 언 몸 녹이기에 그만이다. 블랙콤의 해발 1845m 크리스털 헛(Hut)은 베이스에서 스노모빌을 직접 몰거나 설상차로 오가며 퐁뒤를 즐기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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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러 빌리지의 밤 풍경. 이 거리는 거닐다 보면 오늘밤이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늘 사랑스러운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휘슬러=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