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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처방 많은 ‘키닥터’ 선정… 45억 리베이트 법인카드 지급

입력 | 2013-01-28 03:00:00

CJ-의사 266명 ‘추악한 거래’ 실태




CJ-의사 266명 ‘은밀한 공생’

CJ제일제당이 자사 약품을 처방해 주기로 한 의사 266명에게 리베이트로 45억 원을 뿌리다 경찰에 적발됐다. 대기업과 의사의 은밀한 공생관계가 낱낱이 드러났다. CJ는 수사를 피하려 의사들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의사들은 리베이트로 받은 CJ 법인카드로 자녀 학원비까지 결제하는 등 불법 뒷돈을 당연한 수입으로 여겼다. 상당수 의사는 문제의 카드로 결제하면서 자신 명의의 포인트카드에 마일리지를 적립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몇 푼이라도 더 챙기려던 그 꼼수로 인해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 의사들, CJ 카드 펑펑 쓰며 마일리지까지 적립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45억 원의 리베이트 제공을 주도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CJ제약총괄 지모 상무(5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 상무의 리베이트 계획을 승인하고 도와준 혐의로 제약사업부 전 총괄부문장과 재무담당 상무, 제약부문 전무 등 고위 임원 3명을 포함해 임직원 14명도 형사입건했다. 경찰은 의사 83명을 형사처벌하고 나머지는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은 대가성을 명백히 밝혀 배임증·수재 혐의까지 적용해야 구속이 가능하다며 보강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들이 수사 초기 리베이트였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CJ는 자사 법인카드를 의사에게 쥐여주는 수법으로 뒷돈을 건넸다. 나중에 들켜도 자사 직원이 쓴 것으로 둘러댈 수 있어 현금을 주는 기존 방식보다 안전하다고 본 것이다. CJ는 돈을 주면 약품 처방을 많이 해줘 ‘약발’이 잘 듣는 것으로 판명된 의사나 처방약 선정 권한이 있는 종합병원 과장급 이상 간부 등 수백 명을 ‘키 닥터(key doctor)’로 선정해 이들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했다.

CJ는 리베이트 제공업체뿐 아니라 의사도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된 2010년 11월 직전 6개월 동안 카드를 집중 살포해 43억 원을 쓰도록 했다. 쌍벌제 이후에는 의사에게 주말에 법인카드를 빌려주고 주초에 돌려받는 수법으로 2억 원어치를 쓰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인카드 리베이트’라는 신종 수법을 시도했지만 의사들이 그 카드로 결제한 뒤 자기 명의의 포인트카드에 마일리지를 적립해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경찰이 포인트 명의자가 CJ 직원이 아닌 의사들인 점을 수상히 여겨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CJ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 “CJ, 임직원 동원해 은폐 시도”

경찰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CJ가 영업담당 임직원들을 동원해 증거 은폐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J는 리베이트를 준 의사들에게 변호사를 붙여 ‘감시 겸 변호’ 업무를 하며 경찰로부터 금융정보 제공동의서 작성 등의 요청이 오면 협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CJ는 의사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가맹점 1000여 곳을 상대로 의사들의 포인트 적립 기록을 삭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CJ 직원들이 대거 동원돼 문제의 법인카드로 결제된 상점을 일일이 확인한 뒤 의사들에 대한 신원정보 삭제를 요구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의사들 역시 CJ 측 안내에 따라 해당 법인카드를 이용했던 백화점이나 할인매장 등의 회원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제일제당은 “의사들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리베이트 목적이 아니라 신약개발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준 것”이라며 “자문에 응해준 의사들에게 법인카드를 주는 것은 의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J 임직원 상당수는 경찰 조사에서 “리베이트로 준 게 맞다”며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자사 약품 처방 규모에 따라 법인카드 한도를 2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제공했다. 경찰에 적발된 의사 266명이 결제한 평균 금액은 1인당 1600만 원이었다. 이들은 명품 시계와 가방, 고가 가전제품, 가구 등을 구입했으며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우도 많았다. 일부 의사는 자녀 학원비와 외식비, 목욕탕 이용료, 이발비, 김치 주문 결제를 하는 등 이 카드를 생활비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대형병원 의사도 포함돼 있다.

의사들은 CJ에서 법인카드를 제공받는 대가로 CJ 측 약품을 다른 제약사보다 최대 7배까지 많이 처방했다. 혈압 당뇨 감기약 등 일반 환자들이 흔히 복용하는 약품이었다. 경찰은 “CJ가 주로 복제약을 생산 판매하는 업체이다 보니 품질 경쟁보다는 돈을 뿌려야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돈 봉투 받으며 “어떻게 처방하면 되나” “매월 500만원씩… 많이하면 추가 뒷돈” ▼

■ 제약사 영업사원과 병원장 리베이트 현장 동영상

경찰은 27일 CJ 리베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또 다른 제약사인 종근당 지점장이 의사에게 리베이트 자금을 건네는 현장이 촬영된 동영상 녹취록을 함께 공개했다. 경찰은 2011년 3월∼지난해 1월 이 회사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의사 3명에게 680만 원을 준 혐의로 임모 씨(45)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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