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하나고 교장
최근 동아일보에서 대입지원 서류의 대필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내보낸 후 대학들이 나름대로 ‘대필과의 전쟁’을 치러 성공을 거뒀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내용이 눈길을 끄는 것을 보면 대학입시의 중요성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직하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대필이 나쁜 것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고, 정직하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부정직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람 간의 정으로 이뤄진 사회이기 때문에 애당초 남을 평가하여 추천서를 쓰거나 자신의 미래 계획을 작성하는 데 정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말 우리 사회가 정과 정직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일까. 만약에 그렇다면 이대로 마냥 있을 것인가.
대필문제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두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하나는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것으로 이는 내신을 위한 공부다. 다른 하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다. 중등교육 틀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선행학습은 막아야 하고, 또 막을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사실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면 학습능력이 증진돼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은 물론이고 수능도 잘 치를 수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미 수능이 대학입시에서 줄 세우기를 시키는 중요한 시험이 되었기 때문에 학교공부와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내신 공부 따로, 수능 공부 따로인 것이다. 따라서 교과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실 정직해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필자도 그러한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정직한 사람만 정직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미 거짓을 지니고 살면 불편하고 행복해질 수 없음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생들이 자신을 본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학부모, 교사, 교육을 담당하는 모든 이들이 정직해지려 노력하자.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힘과 지혜를 모으자. 부정직이라는 지병에 걸린 우리 교육이 건강을 되찾아야 행복한 공동체도 만들어질 수 있을 테니까.
김진성 하나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