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87% “사업 잇기 희망” 66% “조세부담 너무 커”… 금융권, 세무 조언-후계자 육성 컨설팅 봇물
중소기업 창업 1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며 가업승계가 화두로 떠올랐다. 가업승계는 창업주의 경영 노하우와 기술력이 보존되고 고용도 유지되는 게 장점. 금융투자업계도 앞다퉈 가업승계를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1%가 가업승계를 원한다. 가업을 승계하려는 이유로는 기술 및 경영 노하우 유지와 회사에 대한 애착 등이 꼽힌다.
가업승계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의 대물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분석도 많다. 창업주가 개발한 기술이 대를 거듭하며 발전해 국가 기술력 향상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902년 창업한 일본의 ‘구레다케’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먹과 붓 생산업체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먹 제조 기술을 활용해 각종 발광도료 등을 제작한 이후 연매출 700억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고용 유지도 대표적인 가업승계의 순작용으로 꼽힌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회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일자리도 유지된다는 것”이라며 “가업승계를 통한 고용효과는 창업의 2.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고용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7.7%에 이른다.
정부는 2007년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내용이 복잡해 많은 창업주가 가업승계를 포기하기도 한다.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의 수가 일본은 3146개, 독일은 837개에 이른다. 이런 기업이 나오도록 한국에서도 가업승계가 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법인 다솔의 최영준 세무사는 “가업승계와 관련한 세법이 마련돼 있어도 워낙 복잡하고 요건이 까다로워 일반 중소기업주들이 따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가업승계 컨설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세무 문제부터 후계자 육성에 이르기까지 가업승계의 전 과정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올해 들어 가업승계와 관련된 상담 건수가 2배 수준으로 늘었다”며 “회사 승계와 더불어 자녀에게 창업주의 자산을 분배해주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