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을 처리해야 할 시한이 다음 주말(26일)로 다가왔다. 이 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시행에 들어가면 택시도 버스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된다. 택시업계는 이 법을 근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적자 보전, 환승 할인, 공영차고지 지원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여야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유가보조금 지원 등을 합치면 매년 1조9000억 원의 예산을 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법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18대 대선 과정에서 택시업계에 약속한 뒤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통과시켰다. 택시는 대중교통이 갖춰야 할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가 없는 데다 수송 분담률이 버스 31%, 지하철과 기차 23%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9% 수준이다.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건 무리다. 이전부터도 정부와 지자체는 연간 1조 원이 넘는 돈을 택시업계에 지원하고 있다.
택시 운전사들의 생활고(苦)와 택시업계의 경영난은 딱한 일이지만 근본 원인은 공급 과잉에 있다. 택시 승객 수는 1995년 49억 명에서 2010년 38억 명으로 줄어들었는데도 같은 기간 전국의 택시 수는 20만5000대에서 25만5000대로 되레 늘었다. 자가용이 늘어나고 대중교통이 편해지면서 택시 수요는 점차 줄고 있다. 사리에 맞지 않는 법을 만들기보다는 택시 수를 줄이고 고급화해 요금을 올리는 쪽으로 문제를 푸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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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이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가 이 법을 재의하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법을 고집하지 말기 바란다. 택시를 무리하게 대중교통수단에 끼워 넣지 말고 택시 운전사와 택시업계를 합리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