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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케이팝 조립 중] 스웨덴 스톡홀름 ‘캠프 판타지아’

입력 | 2013-01-11 03:00:00

“현란한 리듬과 변주… 어떤 음악도 이보다 독특할 순 없다”




1년에 최소 7차례 열리는 북유럽 작곡가들의 작곡 캠프는 케이팝의 세계화를 이끄는 진원지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17일 작곡가 그룹 ‘케널’의 스웨덴 스톡홀름 스튜디오 하우스에서 소녀시대 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의 공동작곡가 사라 룬드베크(왼쪽)가 동료 작곡가와 작업하고 있다. 스톡홀름=신나리 채널A 기자 journari@donga.com

펠레, 막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고, 지금 소녀시대 멤버들 9명이 위층에서 안무 연습중이에요. 새해 1월 1일 0시 0분 정각에 음원을 ‘짠’ 하고 공개할 계획입니다.”

매년 60∼70곡의 케이팝을 만드는 펠레리델 유니버설 뮤직 유럽 A&R 총괄. 신나리 채널A 기자 journari@donga.com

“멋지군요!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스튜디오. 노트북을 펴 놓고 한국의 SM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와 한창 화상회의 중이던 펠레 리델 유니버설 뮤직 유럽 A&R 총괄(51)이 화면을 보면서 손뼉을 쳤다. 소녀시대 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의 진행 상황에 대한 논의가 핑퐁처럼 오고 갔다.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음반 발매를 앞두고는 하루 한 번씩 열린 이 회의는 시공을 넘나들며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의 산파가 됐다.

독특한 멜로디 라인과 신선한 변주로 시나브로 세계인들의 귀를 사로잡은 케이팝. 그 출생과 진화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젠 북유럽 작곡가들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이 중 SM엔터테인먼트와 북유럽 작곡가들이 힘을 합친 ‘캠프 판타지아(Camp Fantasia·Fantasy와 Asia의 조합)’가 눈에 띈다.

동서양의 공동작업을 기치로 내걸고 3년 전 처음 열린 캠프 판타지아는 북유럽 작곡가들의 합숙 작곡 프로젝트. 캠프가 열리기 전, 기획사는 작곡가들을 모아두고 원하는 콘셉트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비밀리에 소집된 ‘수능’ 출제위원들처럼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등의 스튜디오에 모인 작곡가 20여 명은 삼삼오오 협력 작업을 통해 아시아 아티스트의 곡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와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다.

이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리델은 세계적인 케이팝 인기몰이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셀린 디옹,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아델, 켈리 클라크슨 등 유명 팝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다. 2006년부터 그는 한국 인기 가수들에게 알맞은 곡을 연결시켜 주고 북유럽 신인 작곡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훗’ ‘런 데빌 런’, 보아의 ‘Eat you up’, ‘Copy & Paste’, 동방신기의 ‘미로틱’, 샤이니의 ‘셜록’, 에프엑스의 ‘누에삐오’…. 그의 손을 거쳐 매년 60∼70곡 정도가 쏟아진다.

이날 그의 스톡홀름 사무실을 방문해 처음 들었던 ‘아이 갓 어 보이’의 데모 음반은 충격이었다. 현란한 전자음과 빠른 전개, 그리고 세 번의 변주…. ‘솔직히 익숙지 않다. 한국 팬들에게 먹힐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예상했다는 듯 “이게 바로 히트송”이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굉장히 기묘하고 특이한 노래다. SM도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 곡을 선택한다면 분명 내년 한 해 한국에서 이보다 더 독특한 노래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득하자 얼마 후 놀라운 안무 동선을 짜 왔다. ‘펠레, 당신 말이 맞았다’는 말과 함께.”

작곡가 및 아티스트 그룹 케널 소속의 사라 룬드베크(44·여)는 ‘아이 갓 어 보이’의 공동 작곡가 중 한 명이다. “하트 모양 선글라스를 끼고 지하 스튜디오에서 동료 작곡가와 댄스파티에 온 것처럼 열정적으로 춤추며 만들었다. ‘좀 더 빠르게!’ ‘후크는 남겨두자’며 신시사이저를 올렸다 내렸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만들었다.”

작곡가로서 그가 꼽은 케이팝의 강점은 무엇일까. “케이팝의 생명은 리드미컬한 보컬과 극적인 안무, 멜로딕한 후크송, 그리고 개방성이죠.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 작곡가들을 흥분시키는 케이팝의 매력이죠.”

스톡홀름=신나리 채널A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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