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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팡주말 이어 창사市 신문도 보도지침 마찰

입력 | 2013-01-11 03:00:00


중국 매체의 선전 당국 보도 지침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시의 난팡(南方)주말과 베이징(北京) 신징(新京)보에 이어 후난(湖南) 성 창사(長沙) 시의 최대 신문인 조간 샤오샹(瀟湘)신보가 난팡주말을 비난하는 환추(環球)시보의 사설을 전재하라는 성 선전 당국의 지시를 거부해 마찰을 빚었다고 홍콩 밍(明)보가 10일 전했다.

난팡주말 파업 사태는 수습 국면이지만 언제든지 언론자유 요구가 분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징보가 다이쯔겅(戴自更) 사장이 사임하겠다는 배수진을 치면서 강력히 반발하다 문제의 사설을 요약 보도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으며 샤오샹신보도 결국 오피니언면 하단에 문제의 사설을 전재했다. 하지만 신문은 문제의 사설과 함께 런민(人民)일보의 한 평론을 게재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 평론에는 “각지 선전 전선의 관리자는 새로운 지도자들의 새로운 작풍(作風·일하는 방법)에 협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샤오샹신보의 자매지 신보주간의 궁샤오웨(공曉躍) 사장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환추시보 사설 전재를 반대하고 신징보와 난팡주말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온 뒤 궁 사장의 웨이보는 접속이 차단됐다.

신징보 사태의 구체적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 신징보 경영진과 기자들이 8일 밤 신징보를 방문해 압력을 행사한 베이징 시 선전부 옌리창(嚴力强) 부부장에 맞서 밤 12시까지 버텼다고 한다. 그사이 퇴근했던 기자들이 속속 귀사했다. 결국 다음 날 오전 1시경 문제의 사설을 요약해 싣기로 타협이 이뤄졌다.

신징보 사태가 9일 알려지면서 베이징의 인권 운동가와 인권 변호사, 시민 10여 명이 9일 시내에서 환추시보를 격렬히 비판하고 신징보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정부 쪽에서 미디어를 관리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공산당 쪽 미디어 총괄 부처인 중앙선전부 사이에 환추시보 사설과 관련해 의견 충돌도 발생했다고 밍보가 전했다. 신문판공실은 이 사설이 풍파를 일으키자 인터넷에서 삭제할 것을 지시했으나 중앙선전부가 강력히 반대했다는 것. 결국 신문판공실이 “잘못 생각했다”며 물러섰다고 한다.

한편 이번 사태를 촉발한 난팡주말은 사태 발발 이후 첫 호인 10일자 신문을 정상 발행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경제 관련 매체인 차이신(財新)의 후수리(胡舒立·여) 총편집장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왕치산(王岐山)과 후춘화(胡春華) 광둥 성 서기를 잇달아 면담해 난팡주말 정상화의 중재안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난팡주말은 10일자에서 “정부의 언론 규제는 필수적이지만 규제 방법은 시대 흐름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