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고기정 특파원 광저우市 현장 르포
고기정 특파원
9일 홍콩과 대만 언론들은 7일부터 파업한 난팡주말 기자들이 이날 업무에 복귀해 10일자 신문을 정상적으로 발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 성 서기가 직접 성 공산당위원회와 난팡주말 경영진 및 기자들을 중재한 뒤 업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선전부가 난팡주말을 검열하지 않고 총편집인이 물러나는 것으로 정리됐다. 기자들은 일부 승리를 거뒀지만 시민의 반(反)정부 집회가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후 서기가 이번 사태를 촉발한 퉈전(+震) 성 선전부장 경질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부 시선을 감안해 적당한 시점에 물러나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은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삼가며 상황 안정에 협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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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팡주말 편집국은 이날 전화를 받지 않아 기자들의 업무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교환원은 전화를 돌려주면서 “아무도 없을 텐데요”라고 말했다.
광저우 시 난팡주말 사옥 앞 시위는 이날도 계속됐다. 다만 일반 시민의 참여는 줄어들고 활동가들이 1인 시위에 나섰다. 홍콩 밍(明)보는 시위 참가자들이 언론 자유는 물론이고 입헌민주, 다당제 등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의 구호를 그대로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학생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한국과 대만의 민주주의 쟁취 과정을 소개한 책을 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난팡주말 폐간을 요구하며 맞불 집회를 벌였던 파업 반대 세력 시위대에서도 이날 10여 명이 나와 강아지 인형에 ‘주구(走狗)’라고 쓴 뒤 발로 밟으며 “난팡주말은 미국의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공안은 외신기자 10여 명을 모두 검문했으며 사옥 출입도 통제했다.
난팡주말이 진정 국면을 보이는 데 반해 베이징에서는 새로운 마찰이 불거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누리꾼들은 베이징 시 공산당위원회 선전부 렁옌(冷言) 부부장이 8일 밤늦게까지 신징보에 난팡주말 사태는 외부 세력이 개입된 결과라는 환추(環球)시보의 사설을 전재하지 않으면 정간시키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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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을 겪은 후 9일자 신징보는 정상 발행됐지만 환추시보 사설은 민감한 내용은 뺀 채 요약 형태로 A20면 하단에 작게 게재됐다. 검열당국과 신징보 사이에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신징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추시보 사설과 관련해 (당국과)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장은 사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FP통신도 다이 사장은 정상 근무 중이라고 보도했다.
:: 난팡주말 ::
광둥 성 공산당 기관지인 난팡일보와 난팡도시보 등과 함께 난팡미디어그룹 소속. 1984년 창간해 140만 부가량 발행하는 중국 최대 주간지. 2001년 공안의 고문 실태 폭로 이후 편집국장과 기자가 파면되는 등 다른 계열사와 달리 반정부 성향이 강하다. 2002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 성향 매체’라고 평가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중 때 신화(新華)통신을 제치고 단독 인터뷰해 화제를 모았다.
:: 신징보 ::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광밍(光明)일보와 난팡일보가 2003년 창간한 일간지. 베이징에서 발행되며 발행부수는 87만 부가량으로 알려졌다. 2006년 개혁 성향의 편집국장 경질에 항의해 중국 언론계 최초로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 경영권이 베이징 시 정부로 넘어갔다.
광저우=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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