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이드북 ‘100배 즐기기’ 시리즈 저자 홍수연-연주 자매
20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해온 ‘홍자매’는 집필을 위한 자료를 모으느라 기념품은 많이 사 모으지 못했다고 했다. 여행지에서 동생 연주 씨(왼쪽)는 공연, 언니 수연 씨는 요리 분야를 주로 맡아 각자 취재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론리 플래닛’이나 고급 여행을 즐기는 일본인들의 취향을 반영한 일본 번역서와 달리 ‘서민 자매’가 쓴 국산 시리즈엔 값싸고 맛난 길거리 음식 정보가 풍부하다. 국내 일반 여행객들을 겨냥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는지 ‘100배 즐기기’ 시리즈 중에서도 자매가 쓴 ‘유럽 100배 즐기기’는 누적 판매 부수 1위다.
20년간 여행을 다니며 ‘100배 즐기기’ 유럽, 홍콩, 파리, 제주, 뉴욕 편 등을 써낸 여행의 달인 홍자매에게 ‘여행 잘하는 법’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청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해 그동안 모아둔 기념품들을 가지고 나와 달라”고 했다. 하지만 8일 약속 장소에 나타난 자매가 건넨 기념품은 카메라 필름과 서너 장의 엽서뿐이었다.
홍자매가 건넨 첫 번째 여행 팁은 비싼 비행기 요금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었다. “다시 와야지, 다짐하는 것보다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다음 여행을 추진하는 데 3배는 더 힘이 되거든요.”
아, 홍자매는 고수였구나. 두 번째 팁은 ‘농촌에서는 촌부처럼 왕 앞에선 귀족처럼’이다. “여행지에선 다양한 사람들과 갖가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죠. 배우가 됐다고 생각하고 계속 변신하면 여행이 즐거워져요.”
이 밖에 ‘식당 옆 테이블의 현지인에게 말 걸어 음식 나눠 먹기’ ‘물가가 비싼 뉴욕에선 국제학생증을 만들어 일단 내밀어 보기’ 등 알짜배기 팁들이 줄줄이 나왔다.
여행 출판물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 오션이다.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홍자매에게도 10년간의 고된 수련 시간이 있었다. “1993년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일본인 관광객이 들고 있는 여행책자와 제가 갖고 있던 책의 표지가 같더군요. 부끄러웠어요. 번역서가 아닌 제대로 된 여행 안내서를 쓰기로 마음먹었죠.”
자매는 시리즈 개정판을 내는 일 말고도 문화와 환경에 관한 어린이용 책 출간을 구상하고 있다. “인도의 갠지스 강에서 만난 아이가 있어요, 5개 언어를 유창하게 하면서도 읽거나 쓰지는 못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자기 키보다 큰 노를 젓던 12세 소년이 자꾸 생각나요. 그런 아이들을 위해, 그런 아이들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요.”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