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호 곡으로 엮은 창작뮤지컬 ‘내 사랑 내 곁에’ ★★★
1990년대를 풍미한 가수이자 작곡가 오태호의 노래 20여 곡을 엮은 주크박스 창작뮤지컬 ‘내 사랑 내 곁에’는 각각의 노래가 지닌 극적 요소를 녹여내기 위해 세 커플의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로 풀어냈다. 보보스컴퍼니 제공
이영훈의 노래가 이문세라는 가수 한 명을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반면 오태호의 노래는 이승환 김현식 홍성민 피노키오 이상우 이범학 등 여러 가수의 노래로 나뉘어 불렸다. 관객 중에서도 익숙한 뮤지컬 넘버들이 한 명의 작곡가에 의해 작곡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았다.
이야기는 광화문연가에 비해 공을 많이 들였다. 광화문연가는 요절한 이영훈을 모델로 한 작곡가 상훈과 주변인물의 삼각관계로 전개된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세 커플의 사랑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서 펼쳐진다. 금지된 사랑의 상처를 안은 승윤(강석호)과 기혜·보라(유리아), 대학동기로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든 세용(김정민)과 윤주(배해선), 윤주의 딸이자 발레리나인 복희(유주혜)와 가수 지망생 강현(장우수)이다.
이야기의 밀도는 분명 ‘광화문연가’에 비해 높다. 그럼에도 몰입도는 ‘광화문연가’보다 떨어졌다.
그 첫째 이유는 이영훈 노래와 오태호 노래의 차이 때문이다. 이영훈의 노래는 많은 경우 사랑의 어떤 장면에 충실하다. 노래 가사에 특정 장소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말은 사랑의 어떤 특정 단계에 맞춰 곡을 쓰면 딱 맞아떨어진다는 소리다.
반면 오태호의 노래에는 어떤 식으로든 드라마가 응축돼 있다. 모든 연인에게 적용되기보다는 특정 연인에게 걸맞은 극적 사연이 녹아 있다. 노래 한 곡에 뮤지컬 한 편이 숨어 있다고나 할까. 따라서 상황이 딱 맞는 커플의 이야기가 아니면 이야기와 노랫말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극작과 공동연출을 맡은 영화감독 출신의 전계수는 이를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상황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사랑 이야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한 것이다. 이 중에서 세용과 윤주 커플의 경우엔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와 홍성민의 ‘기억 날 그날이 와도’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가장 몰입이 잘 이뤄진다. 하지만 다른 두 커플은 그들의 사연과 노래가 계속 충돌을 일으킨다.
셋째론 세 커플의 이야기가 뚜렷한 차별성을 드러내는 2막에 비해 이를 도입하는 1막의 장면 구성이 너무 헐겁고 진부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들의 짜깁기에 가까운 1막을 좀 더 참신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가지 난제를 풀어낸다면 ‘광화문연가’ 못지않게 성공할 잠재력을 갖춘 뮤지컬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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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역으로 홍지민, 세용 역으로 박승권, 복희 역으로 전지윤, 강현 역으로 서지훈, 승윤 역으로 박호산, 기혜·보라 역으로 손현정과 수안이 번갈아 출연한다. 공동연출 김장섭. 20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4만∼10만 원.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