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모집해 정가 판매 후 보조금 환급약속 안 지켜… 미지급액 150억원대 추정피해자들 집단소송 추진… 편법구매로 승소 힘들수도
“스마트폰을 제 값 주고 사는 바보가 어딨냐?”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 씨(23)는 지난해 4월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친구는 조금만 품을 들이면 최신 스마트폰을 단돈 몇만 원에 살 수 있다며 인터넷 카페 ‘거성모바일’을 알려줬다. 김 씨는 곧장 비공개로 운영되는 이 카페에 가입했다. 카페 주인은 삼성 갤럭시S2를 62만 원에 구입하면 3개월 후에 55만 원을 돌려준다고 했다. 3개월 뒤 실제로 김 씨의 계좌에 55만 원이 입금됐다. 이 카페는 ‘보조금으로 싼값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는 입소문 덕분에 회원 수를 급격히 늘려 나갔다.
같은 해 9월. 김 씨는 다시 새 스마트폰 장만에 나섰다. 지난번에 산 스마트폰을 5개월밖에 쓰지 않았지만 어차피 7만 원에 샀기 때문에 새 휴대전화를 사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이번에는 삼성 갤럭시S3를 56만4000원에 구입했다. 3개월 뒤에 보조금 59만 원을 돌려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이 지나도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카페 주인은 잠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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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몰은 휴대전화를 팔고 약 30일 뒤 현금으로 일명 ‘히든(Hidden·숨겨진)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해 왔다. 예를 들어 출고가 99만 원의 삼성 갤럭시S3를 일단 99만 원에 판매하고 3개월 뒤에 히든 보조금 형태로 70만 원을 환급해 줘 결국 29만 원에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거성모바일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8월까지 구매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왔지만 이후 지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약 2만 명이 150억 원을 환급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조금을 받지 못한 구매자들이 만든 피해카페에는 3일까지 4000명이 넘게 가입했다.
폐쇄몰 이용자들은 폐쇄몰이 이동통신회사나 휴대전화 제조사로부터 은밀히 보조금을 받아 이를 주는 것으로 여기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거성모바일의 경우 신입 구매자에게 받은 돈을 기존 구매자의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돌려막기’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만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이 업체는 일종의 통신업 프리랜서 업체로 이동통신사와는 협의 없이 마음대로 가입자를 모집해 이동통신사에 팔아 넘긴다”며 “현재 규정은 보조금 한도가 27만 원 이하라 이동통신회사는 이 업체 수준으로 환급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통신회사도 최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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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