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포 유망주 이두환, 눈물의 장례식
김광현 양현종 등 청소년대표팀 동기들 빈소 지켜
부친 “잠실구장에 묻어달라 할만큼 야구 좋아했다”
하늘에서 시리도록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이두환(24·KIA)은 실낱같았던 생의 끈을 놓았다. 그 이틀 뒤인 23일 낮 12시 서울 원자력병원에선 유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이 치러졌다. 고인은 경기도 벽제 승화원에서 화장돼 파주 서현공원에 안치됐다.
고인의 아버지 이광남 씨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고도, 크게 소리 내 울지 못했다. “아들을 먼저 보냈다는 이유로 상복을 입지도, 절을 받지도 못하는 죄인”이라며 자책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 몇 번이고 북받쳐 올랐지만, “그래도 (이)두환이가 복이 많은 아이다. 마지막에 많은 사랑을 받고 갔다”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발병 이후에도 ‘건강해져서 꼭 야구장에 돌아가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아들이었다. ‘내가 죽으면 잠실구장에 묻어달라’고 할 만큼 야구를 좋아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불행이 건장했던 청년의 삶과 꿈을 모조리 앗아갔다. 이 씨는 “야구를 정말 좋아했는데, 꽃도 못 피우고 간 게…. 그게 너무 아쉬워서…”라며 물끄러미 아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동료들도 가슴으로 울었다. 강추위 속에 치러진 장례식에서 친구를 먼저 보낸 이들은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두환아,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좋아하는 야구를 신나게 해라.”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