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관람왕’에 선정된 아마6단 바둑기사 육용지 씨
양손에 영화 포토티켓을 펼쳐 보이는 영화광 바둑기사 육용지 씨. 영화관에서 사뭇 진지한 그는 바둑알을 손에 쥘 때 오히려 유쾌해진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개봉작들이 막을 내리는 날이라 많게는 하루 5, 6편까지 챙겨 봐요.”
그는 4월에서 7월까지 한국영화 122편을 관람해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선정 ‘최다 관람왕’으로 뽑혔다. 올해 그가 본 영화는 외국 영화와 한 영화를 여러 차례 본 것을 포함하면 400편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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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변수를 염두에 두고 줄거리를 전개하는 것과 바둑 한 수를 두기 전에 정답 없는 여러 길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영화와 바둑의 공통점이라고. “2시간 동안 상대가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압축하는 점도 꼭 닮았죠.”
스무 살이 넘은 2008년에야 처음 영화관에 가서 ‘쿵푸팬더’와 ‘영화는 영화다’를 봤던 그는 이제는 영상자료원까지 즐겨 찾아가는 골수 영화광이 됐다. 미처 보지 못한 사이 종영된 ‘화차’와 ‘코리아’도 영상자료원에 가서 꼭 볼 생각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2009년),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년)처럼 잔잔한 묘사가 돋보이는 영화를 좋아한다.
“일본 영화는 상대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탁월해요. 차분하게 상대를 파악하는 바둑 경기의 ‘심리전’에 큰 도움이 되죠.” 그는 오영두 감독의 ‘이웃집 좀비’ ‘에일리언 비키니’ ‘지상의 별처럼’을 여러 번 봐도 재미있는 영화로 꼽았다.
티켓값이 만만치 않지만 영화를 통해 더 값진 가치를 얻는다고 그는 생각한다. 1000장이 넘는 영화 티켓을 수집하는 요령도 생겼다. 사진 크기(3×5인치)의 포토티켓으로 출력해 앨범에 간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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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소재로 한 웹툰 ‘미생’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바둑영화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그는 밝혔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