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간 게임 잊고 부모·친구와 소통
중학 3학년 A 군(15·서울 도봉구)은 요즘 하루 한두 시간만 인터넷게임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공부에 투자한다. 하지만 지난 봄까지 그는 인터넷게임에 중독된 상태였다.
학교가 끝나면 하루 10시간 가까이 게임을 했다. A 군은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데다 축구 농구 같은 운동에도 능하지 못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집에서 게임을 하는 일이 유일한 놀이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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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면서 어머니에게 “게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던 A 군은 2학년이 된 뒤에는 어머니를 힘으로 밀치는 등 더욱 거칠게 행동했다. 초등학교 때 학교시험 평균 80∼90점대의 중상위권을 유지하던 A 군은 중학생이 된 뒤 학급 평균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이호준 전주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게임 중독 학생 중 상당수는 부모의 애정과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집에 방치된 어려운 가정의 자녀이거나 반대로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과 기대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치료하려면 부모, 친구와 살을 맞대고 대화하면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주관하는 인터넷 중독 기숙치료학교 ‘인터넷레스큐(RESCUE)스쿨’의 프로그램은 A 군이 인터넷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중독 학생이 부모 및 또래친구와 긴밀히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터넷레스큐스쿨에 올 5월 참가한 A 군은 충남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11박 12일 동안 게임중독에 걸린 학생 25명과 함께 지내면서 체육활동, 보드게임 등 단체놀이를 즐겼다. 또 전문가, 대학생 멘토, 어머니와 상담하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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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초반 3, 4일까지는 업무용 컴퓨터 주변을 맴돌며 일종의 ‘금단증상’을 보였지만, 이후 안정을 찾아가면서 결국 게임을 완전히 잊고 축구, 농구를 즐기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배주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인터넷중독대응팀 팀장은 “인터넷레스큐스쿨 프로그램을 수료한 뒤 3개월 동안 학생 가정을 방문해 추가관리를 한 결과 전체 학생의 65%에서 실제적인 개선효과가 확인됐다”면서 “게임이 자신에게 ‘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학생들이 부모와 합의해 게임 시간을 조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