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전 獨 스타인웨이 입사… 조율 등 제작 전과정 배워14일 오후 수원시향과 협연
피아니스트 이진상 씨는 “피아노는 내가 주는 만큼 그대로 소리로 보답해주는 가장 진실한 친구”라면서 “이런 완벽한 소통관계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이진상 씨(31)는 ‘피아노 공장에 다니는 피아니스트’다. 3개월 전 세계적 피아노 제조사인 스타인웨이의 함부르크 본사에서 진행하는 제작자 훈련과정에 채용됐다. 나무를 잘라서 건조하는 과정부터 최종 조율까지 피아노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두루 배운다. 오전 6시에 일을 시작해 점심때쯤 퇴근한 뒤 오후에 집에서 연습을 하는 생활이다. 그는 “스타인웨이에서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제작에 뛰어든 첫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라는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피아노 내부를 들여다보는 게 재미있고 신기해서 조율사가 더 자주 오게 하려고 피아노를 열심히 쳤다. 그러다 피아니스트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느 날 진상이가 30분 동안 연구실 피아노의 한 음을 바꿔놓겠다고 하더군요. 진상이가 조율한 건반을 누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땅’ 하고 짧게 끊어지는 소리를 내던 음이 길게 직선을 그리다가 사라지지 뭐예요.”
이 씨는 2010년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조율사 슈테판 크누퍼 씨를 만난 뒤 조율의 세계에 눈을 떴다. 수많은 조율사를 만났지만 크누퍼 씨는 달랐다. 조율이란 보통 소리를 올바른 음높이로 조정하는 작업인데, 그는 더 울림이 있게 피아노를 변신시켰다.
다음 날 그는 크누퍼 씨의 작업장을 찾아갔다. 당신 밑에서 일하며 배우고 싶다고, 불가능하다면 그냥 어깨 너머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2년간 크누퍼 씨의 작업실과 그가 일하는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작업과정을 지켜봤다. 크누퍼 씨는 “피아노의 구조와 소리에 대해 제대로 배우려면 스타인웨이 공장에서 직접 보고 배우라”고 조언했다.
그는 “단지 피아노를 내 마음에 들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피아노 소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숨겨진 가능성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8색 크레파스와 48색 크레파스로 그릴 수 있는 한계는 완전히 다르니까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