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 운정지구
‘군사도시’ ‘낙후도시’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경기 파주시가 운정신도시 조성으로 ‘문화도시’ ‘출판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파주시 운정신도시 전경. 경기 파주시 제공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파주는 ‘군사도시’ ‘낙후도시’의 대명사였다. 도시 곳곳마다 군부대가 즐비했고 공장이라고 해봐야 영세한 중소제조업이 고작이었다.
이랬던 파주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운정신도시가 조성되면서부터. 운정신도시는 판교 동탄 한강 광교 등과 함께 조성돼 23만7000여 명을 수용하는 1855만 m² 규모의 2기 신도시다. 일산신도시와 불과 2, 3km 거리에 있고 심학산∼황룡산∼장명산을 잇는 녹지축이 있어 주거환경도 좋다.
운정신도시 인근 심학산 주변으로 헤르만하우스 등 100∼200가구 규모의 고급 타운하우스와 전원주택 단지도 많이 조성됐다. 50대 이상 경제력 있는 은퇴족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30, 40대의 젊은 직장인들이 전세로 많이 입주하고 있다. 전세가격은 160m²(50평 형) 기준으로 2억7000만∼3억 원 정도. 매매가격이 5억3000만∼6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신도시가 들어서고 젊은 층의 유입이 늘면서 도시 전체가 젊어지고 활력도 생겼다.
고층 아파트가 빼곡한 신도시 주변에는 군부대가 아닌 영어마을과 헤이리 예술인 마을이 들어섰다. 헤이리 마을은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살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주말이면 면회객들로 붐비던 부대 앞에는 사람과 책,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출판도시가 생겨났다.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던 갈대샛강과 습지 등을 원형 그대로 보전해 친환경 생태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군 장병의 면회로 먹고산다던 식당들은 이제 맛집으로 소문나 가족 단위의 외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 분단과 비극의 상징이었던 임진각도 젊은층이 많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안보교육이 아닌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공연 전시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철조망에 가로막혀 있던 민간인 통제구역도 안보 관광지로 변화하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