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팔린다”
이들이 대형마트나 전자제품 양판점 대신 통신사를 찾은 것은 ‘전자제품 전용 데이터 요금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통신사는 2년 약정으로 스마트폰을 사면 요금할인을 통해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것처럼 이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 전자제품 가격을 할인해준다. 소비자로서는 전자제품도 스마트폰처럼 할부로 살 수 있으니 목돈을 들여야 하는 부담도 덜었다.
이동통신사가 유통의 중요한 축(軸)을 담당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통신사가 전자회사의 스마트폰을 받아 고객에게 파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카메라’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 트라이버전스 대박 갤럭시카메라
갤럭시카메라는 기존 디지털 카메라에 4세대 이동통신인 LTE 기능을 넣어 찍은 사진을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등 각종 소프트웨어 기능을 갖고 있다. 즉 단말기(카메라), 네트워크(LTE), 소프트웨어 기능이 모두 들어있는 트라이버전스 모델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카메라가 지난달 8일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32개국, 57개 통신사에 출시된 지 두 달여 만인 올해 말까지 30만 대가량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카메라 업계는 400달러(약 43만 원) 이상의 카메라가 한 달에 4만5000대 이상 팔리면 ‘초 대박’이라고 본다. 갤럭시카메라의 판매속도가 인기 카메라의 3배가 넘는 셈이다.
○ 전자제품도 2년 약정으로 사는 시대
통신사로서는 요금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삼성전자는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출고가를 비싸게 책정해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지킬 수 있다. 휴대전화와 갤럭시카메라 외에도 트라이버전스 모델은 더 있다. KT는 통신서비스와 유아용 콘텐츠 서비스를 결합한 유아용 로봇 ‘키봇’을 내놓았고, 삼성전자는 KT와 함께 와이브로 서비스를 내장한 노트북을 내놓기도 했다. 이 노트북 역시 와이브로 요금제와 함께 가입하면 단말기 요금을 할인해준다.
그러나 트라이버전스 유통이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통신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브랜드 가치가 높고 마케팅 역량이 우수한 제조사의 상품만 우선 출시해 대기업 중심 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트라이버전스(Trivergence) ::
3을 뜻하는 트리플(triple)과 융합을 의미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를 결합한 신조어.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융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일컫는다.
정진욱·정지영 기자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