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저조-내수 부진 겹쳐 2009년 1분기 0.1% 이후 최악올 전망치 2.4% 성장 어려울듯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제로 성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면서 성장률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주저앉은 게 주원인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6일 내놓은 ‘2012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1% 성장)와 같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5%로 2009년 3분기(1.0%)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한은은 3분기 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으로 설비투자 저조를 비롯한 내수 부진을 꼽았다. 3분기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2분기보다 4.8%나 줄었다. 감소 폭은 2분기(―7.0%)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는 1분기 7조8000억 원, 2분기 6조2000억 원, 3분기 4조5000억 원으로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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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출은 3분기에 2.8% 증가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전 분기 수출은 ―0.6%였다. 수출이 그나마 한국 경제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전망치인 연 2.4% 성장을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2.6∼2.7%여야 하지만,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비춰 보면 성장률이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3분기를 저점으로 미약하게나마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중국 등 대외 경제가 차차 좋아지면서 3분기가 경기 바닥이 될 것”이라면서도 “4분기 이후 경기 반등세는 예상보다 약할 개연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유영·유재동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