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저녁 110분간 진행된 공식 대선후보 첫 TV 토론은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참여하는 3자 토론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지지율 40%대인 박, 문 후보와 1%에 미달하는 이 후보에게 똑같은 시간을 배정함으로써 국민의 실질적 선택권을 교란한 토론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이 후보의 등판에 길을 열어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후보는 종북(從北)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의 신데렐라로 떠올라 민주노동당의 대표를 지냈다. 이 후보 그룹은 진보 좌파 진영에서도 ‘조선노동당 2중대’로 불렸다. 민노당을 계승한 통진당은 올 4·11총선 이전부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폄훼하는 행동을 보였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통진당과 ‘묻지 마 연대’를 밀어붙였다. 양당의 공동정책 합의문에 명시된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남북관계 획기적 개선’ 조항은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통진당의 비위를 맞추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까지 약속했다. ‘수(數)의 공식’에만 집착하는 정치 공학에 매몰된 것이다.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을 ‘숙주’로 삼은 통진당은 총선을 거치며 13석의 제3정당이 됐고, 분당 사태로 일부 의원이 나간 뒤에도 여전히 6석을 확보하고 있다.
통진당 주사파 핵심인 이석기 의원은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라고 말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같은 계열의 김재연 의원도 “북한이 공격해도 맞불을 놓으면 안 된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개원 후 민주당과 함께 이, 김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했으나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런 과오는 덮어둔 채 이 후보의 토론 행태만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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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근간인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흔들고 국가안보마저 위태롭게 하는 종북 세력을 제도권 정치에서 솎아내는 것이야말로 정치개혁의 핵심임을 그제 TV 토론은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집권당과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이 종북 정치 척결을 쏙 빼놓고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으니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