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중고물품 거래 느는데… 사기 피해 속수무책
지난달 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를 사려던 김모 씨(24·여)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찾다가 ‘15만 원’이라는 가격에 눈이 커졌다. 인터넷을 뒤진 3일 동안 본 가격 중 가장 낮았다. 판매자에게 문자를 보내자 자신을 여대생이라고 소개한 판매자는 “사기가 많아 의심이 들 테니 계약금 3만 원만 보내면 물건을 먼저 보내겠다”며 김 씨를 안심시켰다. 계약금을 챙긴 판매자는 이틀 만에 연락이 끊겼다. 김 씨가 해당 사이트의 신고 코너를 찾아 보니 같은 방식으로 당한 사람만 10명이 넘었다.
대표적 온라인 물품거래 사이트 ‘중고나라’ 카페는 3일 현재 회원 수만 994만여 명으로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사기 피해 신고하기’ 게시판에는 다양한 수법에 속아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남기는 사례만 하루 100건이 넘는다. 피해가 심각해지자 이용자들은 피해 사례와 사기수법을 공유하기 위해 ‘사기예방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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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경찰에 검거된 박모 씨(21)는 ‘하나크로’라는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를 직접 만들었다. ‘명품시계나 오토바이를 사고 싶다’는 문의가 오면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남겨둔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로 안내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박 씨가 나흘 동안 가로챈 돈만 4000여만 원. 그는 유명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가 검색돼 나오도록 설정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직접 만나 물건과 돈을 주고받자고 했다가 약속 당일 “일이 생겨서 택배를 이용할 테니 온라인으로 송금하라”고 요구한 뒤 돈만 챙기는 수법도 있다. 피해자 모임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집계된 피해액만 326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고물품 거래는 구매자가 ‘기회를 놓치면 이 가격에 못 산다’는 조급한 마음 탓에 다른 조건을 잘 살피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거래 사이트라도 공신력 있는 사이트가 맞는지 확인하고 입금 전 판매자의 이름과 계좌번호, ID를 ‘더치트’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넷두루미’ 등에 검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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