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사회부 차장
선배는 검사를 극진히 대접했다. 나이가 어린데도 ‘영감’이라 깍듯이 불렀고, 그가 지방에 있을 때는 제철 음식과 선물을 준비해 내려갔다.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업상 ‘잠수’가 빈번했던 선배는 늘 그 검사 자랑을 하며 내려가서 뭘 하고 왔고, 얼마나 친한지를 과시했다.
그때는 그 선배가 유별나 그런 줄 알았다. 그 후 사업 좀 한다는 사람들을 더 알게 되면서 대부분 ‘모시는’ 검사가 한 명쯤은 있다는 것을 아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함께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딴 데 가자”고 해 따라가면 모 지청 부장검사가 혼자 있던 일도 있었다. 갑자기 ‘콜’을 한 그는 이미 취해 있었고 술값은 사업가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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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예외적인 일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 후 ‘검사스럽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됐고 벤츠, 스폰서 검사에 이제는 뇌물, 성 검사까지 나온 걸 보면 결코 일부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특권의식은 조직의 독점적인 무소불위 권력과 이를 인정하는 사회문화에서 나온다.
임용되자마자 5급 사무관인 행시 출신에 비해 15년 이상 빠른 3급 부이사관 대우를 받고, 1800여 명의 검사 중 차관급만 54명이나 되는 조직. 영장청구권, 기소독점권 등 사실상 수사의 모든 것을 가진 조직에서 폐해가 나타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검찰의 특권은 너무 많은 보화를 들고 있는 것과 같다. 무게를 못 이겨 몸에 무리가 가는데도 욕심 때문에 내려놓지 못한다. 결국 몸 이곳저곳에 이상이 나타난다. 최근 일련의 비상식적인 사건들은 검찰 내부가 곪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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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논의가 집중되는 중앙수사부 폐지, 상설 특검 도입,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은 검찰이 건강해지면 필요 없거나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면 되는 일이다.
‘중수부’가 검찰총장의 직할부대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도의 차가 있을지언정 형사부, 특수부 등 다른 부서는 독립부서일까. 검찰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해 문제라면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은 누가 임명하나. 대통령은 빼고? 검찰이 제 역할을 못해 특검이 생겼는데, 그마저 활용을 못해 공수처를 만들면 공수처가 부실할 때는 또 어떻게 하나. 고공수처?
하지만 검찰은 수사권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절대반지를 빼앗긴 골룸처럼 으르렁거린다. 반지를 놓지 못한 골룸은 결국 어찌 됐는가.
이진구 사회부 차장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