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문고 10곳 폐점 위기
하루 평균 300∼400명이 찾는 종로3가역 행복문고는 하나둘 자취를 감춘 동네서점 역할을 대신 해내고 있다. 행복문고는 내년 1월 협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수익성 높은 사업체에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시도시철도공사와 한국출판협동조합의 협약에 따라 행복문고가 서울 지하철 5∼8호선 지하공간에 들어선 지는 올해로 4년째다. 행복문고는 2009년 1월 영등포구청역을 시작으로 2011년 1월 연신내역 환승통로까지 태릉입구 왕십리 석계 온수 청구 삼각지 약수 종로3가역 등 환승역 10곳에서 영업 중이다.
그러나 내년 1월 16일 협약기간 만료일을 앞두고 도시철도공사가 이 공간을 임대료가 높은 다른 업종에 내주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행복문고가 폐점 위기에 놓인 것이다. 도시철도공사 상가관리단 관계자는 “사업기획팀으로 업무가 곧 이관되는데 그쪽에서 행복문고의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좋은 사업 유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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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역점은 단골 우대 서비스로 유명하다. 숫자 맞추기 퍼즐인 스도쿠 관련 책을 열심히 사는 ‘스도쿠 아줌마’, 김진명 소설 마니아인 ‘김진명 소설 아저씨’ 등 단골 고객에 별명을 지어 명부를 만든 뒤 이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신간이 들어오면 전화로 알려준다.
종로3가역 행복문고점에 자주 들른다는 회사원 이모 씨(44)는 “대형 서점엔 갈 시간이 없어 출퇴근길에 행복문고에 들러 책을 고르곤 했다”며 “동네 서점도 점차 사라지는데 쉽게 들를 수 있는 지하철 책방마저 없어지면 책과 더욱 멀어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구인 한국출판협동조합 경영혁신본부장은 “행복문고마저 문을 닫으면 영세한 1인 출판사의 책이 독자와 만나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