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들이 겪을 고충으로 보이지만 이 기사는 29년 전인 1983년 6월 11일자 동아일보 2면에 담긴 내용입니다. ‘서울-과천청사 멀어 시간낭비’라는 제목이 달린 이 기사는 과천이라는 단어만 ‘세종’으로 바꾸면 당장 오늘자 신문에 실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29년 전 기사를 다시 소개하는 이유는 세종시 부처 이전을 코앞에 둔 지금 상황이 그때와 너무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선발대로 뽑힌 부처들이 “청사 배정기준이 뭐냐”며 총무처(현 행정안전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 퇴근버스가 끊기면 변변한 대중교통이 없어 고생이 크다는 점, 심지어 ‘공사판이라 황량하지만 공기가 맑고 소음이 적을 것’이라는 내용까지 세종시 신(新)청사 시대를 앞둔 부처들의 고민을 그때 그 ‘선배’들도 똑같이 경험했습니다.
7일 기획재정부의 세종시 이전으로 ‘경제수도’로서 과천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세계경기 침체, 새 정부 출범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만큼 화려한 영광을 당장 재현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광화문에서 20km 떨어진 과천청사로 이전할 때도 ‘업무 비효율’ 문제가 컸다는데, 148km 떨어진 세종시로 이사를 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정부 안팎의 우려가 큽니다. 29년 전 선배들이 열었던 ‘과천시대’를 거울삼아 경제는 살리고 비효율은 최소화하길 바랄 뿐입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