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카지노는 '별들의 무덤'
연예인 황기순 신정환 등에 이어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검사도 KT 임원과 함께 마카오에 간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인터넷 강의 사회탐구영역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스타 강사’로 통하는 최모 씨(45)도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한 혐의로 입건됐다. 마카오 카지노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1년에 4, 5번씩이나 마카오에 간다는 유 씨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MGM 카지노로, 바카라가 제일 인기 있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보통 한 게임에 1만∼2만 홍콩달러(약 140만∼280만 원)를 걸고 게임하며 판돈이 수천만 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는 “몇십억 원을 잃은 경우는 보통이고 수백억 원을 잃은 사람도 상당수”라며 “이름을 말할 순 없지만 정관계 유명 인사들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카지노로부터 VIP룸을 빌려 한국인 고객의 고액 도박을 주선한 뒤 수익금을 카지노 측과 나누는 정킷(Junket) 사업도 번창하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 주변에서는 돈을 다 잃거나 한도가 바닥나 돈을 더 인출할 수 없는 한국인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한국인 ‘에이전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에이전트들은 한국 내 에이전트를 동원해 부동산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환치기’도 동원된다. 도박꾼이 에이전트 측의 한국 내 계좌에 원화를 입금하면 마카오 현지에서 현금을 주는 방식이다. 신고하지 않고 외화를 송금하는 행위라 외국환거래법 위반이지만 돈이 떨어진 도박꾼이 손쉽게 이용한다. 보석을 산 것처럼 신용카드로 허위로 결제한 뒤 수수료를 떼고 현금을 받는 ‘깡’도 흔한 수법.
○ 마카오 카지노 10만 원도 처벌?
하지만 최 씨가 2009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30여 차례나 카지노를 드나들었으면서도 정작 한 번에 쓴 돈은 10만∼20만 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도박죄 기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엄밀하게는 돈을 걸고 게임을 했다면 도박죄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도박이 아니라 ‘일시적인 오락’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현실. 실제로 경찰은 최 씨를 비롯해 이번에 적발된 6명 중 4명은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감위 측도 “법대로는 마카오 카지노에 한 번이라도 가면 도박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어느 수준부터 처벌을 해야 할지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채널A 영상] 김광준, 마카오 접대-분양권-수표…‘뇌물 백화점’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