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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값 못하는 외제 유모차

입력 | 2012-11-30 03:00:00

소시모-국제소비자테스트기구 유모차 11종 품질 검사해보니
169만원짜리가 100만원 싼 국산보다 못한 ‘미흡 등급’
수입업체 “검사법 공개해야”




노르웨이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는 아이를 키우는 한국 부모들 사이에서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린다. 이 회사 제품인 ‘익스플로리’는 15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당초 국내 판매가격이 189만 원이었지만 고가(高價) 논란이 일자 5월 회사 측은 가격을 20만 원 낮추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해외 유모차 브랜드가 고가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일부 제품은 높은 가격에 비해 사용 편의성 등 품질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유모차 11개 제품에 대한 품질 테스트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한국 영국 홍콩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의 6개 소비자단체가 국제소비자테스트기구(ICRT)를 통해 공동으로 진행했다. 품질평가 항목은 △시트 사용 △기동성 △짐 보관 △운행 편리성 △접기 △등받이 조절 △대중교통 이용 등이다.

평가 결과 국내 브랜드인 ‘리안 스핀 2012’(69만8000원)는 전체 6개 등급 중 위에서 세 번째인 ‘만족(Satisfactory)’ 등급을 받았다. 이에 비해 한국 제품의 두 배 이상 가격으로 팔리는 ‘스토케 익스플로리’(노르웨이·169만 원)와 ‘오르빗 G2’(미국·145만 원)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네 번째인 ‘미흡(Poor)’ 등급을 받았다. 조사에 포함된 다른 국내 브랜드인 ‘압소바 시그니처 오가닉’(69만5000원)은 ‘미흡(Poor)’ 등급으로 나타났다.

다른 해외 브랜드 제품들도 품질과 가격의 상관관계는 제각각이었다. 국내 브랜드와 가격이 비슷한 ‘맥클라렌 테크노 XLR 2012’(영국·76만5000원)와 오히려 값이 저렴한 ‘잉글레시나 트립 2012’(이탈리아·36만8000원)는 두 번째 등급인 ‘구매 가치 있음(Worth considering)’을 받아 평가가 가장 높았다. 일본 브랜드인 ‘콤비 미라클 턴 프리미에(88만 원)’와 미국의 ‘그라코 시티 라이트 R’(29만8000원)는 다섯 번째 등급인 ‘매우 미흡(Very Poor)’을 받았다.

품질평가와 함께 이뤄진 구조 테스트에서는 11개 제품 모두 내구성, 강도, 안정성 면에서 영국 및 유럽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명 소시모 국장은 “국내 유모차 시장에서 고가의 수입제품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면서 “무조건 외국 제품을 선호하기보다는 자녀의 연령, 신체 사이즈, 생활환경, 사용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은 해외 유모차업체들은 평가 결과에 반발했다. 스토케코리아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테스트는 소수의 응답자가 참여했을 뿐 아니라 평가항목별로 구체적인 테스트 방법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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