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의 ‘인생2막 승부수’
“아빠는 열공 중” 경기 평택시 볼보건설기계 교육센터에서 교육생들이 강사로부터 굴착기 작동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경기침체로 재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40, 50대가 교육센터에 몰려 수강생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평택=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 30대 젊은이들 틈에서 강사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불황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정년퇴직하고 자격증으로 인생 2막의 승부수를 띄워 보려는 베이비붐 세대들이었다.
○ 굴착기 운전대 잡는 아빠들
김형호 씨(45)는 20년 가까이 일하던 치과기공소가 지난해 말 문을 닫아 용기를 내 작은 식당을 차렸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석 달 만에 간판을 내리고 입소했다. 김 씨는 “굴착기, 지게차 기사는 정년 없이 힘닿는 데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며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돼 겁도 났지만 지금은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모 씨(52)는 스포츠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이 어려워지자 올해 초 사업을 접고 교육센터를 찾았다. 이 씨는 “경기가 나빠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벅찼다”며 “앞으로 10년 이상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바로 취업해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이 최고라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 취업 보장 ‘생계형 자격증’ 선호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불황이 본격적으로 찾아오기 직전이었던 2007년 중년층이 선호하는 상위 10대 자격증의 절반은 컴퓨터 관련이었다. 워드프로세서 1∼3급과 컴퓨터활용능력시험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직장에서 승진에 가산점을 주거나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아 사무직으로 이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경기능사, 피부미용사, 전기기능사 등 자격증 취득과 함께 바로 창업이나 취업을 할 수 있는 ‘생계형 자격증’이 선호도 상위에 올라 있다.
매년 중장년층 자격증 선호도 1, 2위를 차지하는 한식조리기능사와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 취득 인원은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2007년 취득 인원이 각각 2498명, 1234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4821명, 2829명으로 급증했다. 한식조리기능사는 식당을 창업하거나 기업과 학교의 구내식당에 취업할 수 있다. 건설경기에 영향을 받는 굴착기와 달리 산업현장 어디서나 활용되는 지게차기능사자격증도 취득 인원이 크게 늘었다. 이진희 산업인력공단 자격관리팀 과장은 “불황이 심화되면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은 점차 줄고 바로 취득할 수 있는 생계형 자격증 취득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평택=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