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신… 용병 가세 뒤 파괴력 줄자 ‘무용론’ ‘몰락’ 자극적 보도“욕심 버리고 최선 다할 뿐”
여자 프로농구에서 5년 만에 부활한 용병제 때문에 최근 고전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골 리앗’ 하은주(202cm). 안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눈물이 맺히는 데는 인터뷰 시작 후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국보급 센터로 살며 생긴 남모를 상처는 생각보다 깊어 보였다. 2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신한은행 숙소에서 하은주(28)와 만나 국내 최장신 센터(202cm)로 사는 고단함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 최장신 센터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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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한은행은 26일 현재 2위에 머물고 있다. 하은주도 예년에 비해 파괴력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신한 몰락’, ‘하은주 무용론’ 등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인터넷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은주가 18일 삼성생명전에서 상대 용병 앰버 해리스에게 블록을 당하는 장면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하은주의 마음은 착잡했다. 그는 “변명할 생각은 없다. 용병보다 제가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제가 못하면 즐거워하는 팬들을 보면서 프로 선수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 익숙한 슬픔
하은주는 이런 비난이 익숙하다고 했다. 선일초등학교 시절 180cm가 훌쩍 넘었던 하은주는 일찍부터 미래의 여자농구를 이끌 재목으로 각광받았다. 그는 “조금만 못하면 ‘쟤는 망했어. 끝났어’라는 비난이 많았다. 그런 말들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텼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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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나의 큰 키보다는 선수로서의 태도와 노력에 박수를 쳐줬다. 일본에서 농구를 하며 내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했다.”
그는 졸업 후 일본 실업리그 샹송화장품에서 4년 동안 뛰며 팀을 2회 우승으로 이끈 뒤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 용병 시대에 대처하는 하은주의 자세
용병들이 다시 활약하는 상황에서 하은주는 “욕심을 버리고 현명한 농구를 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득점이 줄어들어도 상대 용병이 자신을 막으면서 생기는 공간에 파고드는 동료들을 돕겠단다. 하은주는 “그동안은 ‘키로 농구 한다’는 비난이 큰 상처가 됐다. 하지만 그런 상처 때문에 망가지고 싶지는 않다”면서 “내가 부족한 사람이란 걸 잘 안다.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버렸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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