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예산-권한 줬더니 학생들 눈빛이 살아났다
교사들은 말했다. 회의(會議) 시간에 회의(懷疑)가 든다고. 일방적으로 교장이 업무전달을 하듯 하는 회의가 무슨 회의냐고. 그래서 신흥중은 확 바꿨다. ‘ㅁ’자형으로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쏟아낸다. 20일 오후 안건별 토론식 회의를 하고 있는 신흥중 교사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성기가 추억에만 남아 있던 이 학교에 변화가 생겼다. 그것도 2년 만에. 학교 폭력은 10% 수준으로 줄었다. 학생들 눈빛이 살아났다. 인천 중구의 신흥중 얘기다.
벼랑 끝에 선 학교를 살려보자! 몇몇 교사가 움직였다. 이런 생각은 정부가 지원하는 창의경영학교에 지난해 5월 선정되면서 구체화됐다. 창의경영학교는 학생맞춤형 교육과 창의·인성 교육을 시키자는 취지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곳이다. 교육과정혁신형(660개교), 학력향상형(629개교), 사교육절감형(575개교), 자율형(186개교)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김태용 교장
‘또래 교사회의’도 생겼다. 나이가 비슷한 6, 7명의 교사가 한 팀이다. 교사 중 몇몇이 전체 교직원 회의를 부담스러워하기에 따로 만들었다.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쳐냈다. 행정 업무를 줄이기 위해 전담교사를 3명 채용했다. 지나치게 많은 보충수업도 없앴다.
창의경영학급은 이즈음 시작됐다. 담임교사는 학급마다 80만 원의 예산을 받아 자율적으로 쓴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현장 체험 학습은 물론이고 단체 영화 관람, 학생 생일 파티까지 해준다. 효과는 만점. 자체 설문조사에서 학생 10명 중 8명은 창의경영학급을 계기로 평소 하기 힘든 속말까지 할 만큼 교사를 믿게 됐다고 했다.
교사는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채수연 영어교사(38)는 “업무량이 2배는 더 늘었다”면서도 웃었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기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분위기. 실력은 물론이고 인성까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 학생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교무실의 전등은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하느라 알아서 남는 교사가 늘어서다. 교사들은 ‘수업팡’이라는 소모임도 만들었다. 여기서 학생 상담, 학급 운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교사-학생의 1대1 사제 결연은 부모-자식 관계처럼 끈끈하다.
인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