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金’ 김현우-‘아테네 金’ 정지현, 인천亞대회 동반 金 다짐
‘런던의 영웅’ 김현우(아래)가 21일 경기 용인시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아테네의 영웅’ 정지현을 목말 태우고 활짝 웃고있다. 이들은 상생을 위한 체급 조정을 결정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지현이 형이 없었다면 런던에서 금메달 못 땄을 겁니다. 이제 그 보답을 해야지요.”(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
한국 레슬링의 대들보이자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인 ‘아테네의 영웅’ 정지현(29)과 ‘런던의 영웅’ 김현우(24·이상 삼성생명)가 상생을 위한 체급 조정을 결정했다.
○ 신의로 이룬 체급 조정
체급 조정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정지현은 은퇴를 고민해 왔다. 하지만 후배 김현우가 74kg급에서 활동하기로 결심하면서 체중 감량 부담이 적은 66kg급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정지현은 “현우가 66kg급에 그대로 있었다면 아마 은퇴했을 것이다. 아마도 내 마음을 알고 결정을 빨리해 준 것 같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현우는 “지현이 형은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경기를 앞둔 나를 위해 훈련 파트너까지 해줬다”라며 “체급을 올린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지현이 형이 은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라고 말했다.
○ 죽음의 체중 감량 부담 덜었다
정지현과 김현우는 이 같은 체급 조정으로 모두 감량의 부담을 덜게 됐다. 평소 체중이 많이 나가는 둘은 레슬링 선수 중에서도 체중 감량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대회 전 평균 8kg가량 감량하는데, 그들은 10kg 이상씩 감량해야 했다. 선수들이 체중 감량 도중 실신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감량의 고통은 극심하다.
두 레슬링 영웅의 체급 조정을 조율한 안한봉 삼성생명 레슬링팀 그레코로만형 감독은 “나도 현역 시절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1∼2년 앞두고 체급을 올려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런 노하우를 지현이와 현우에게 충분히 전수하겠다”라고 말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