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너는 8월부터 두 달여 강원도 소백산 자락 5000m²에서 훈련해 왔지. 국립공원관리공단 전담 직원이 어렵게 잡아온 산 들쥐를 먹이로 주면 날렵하게 쫓아가 앞발로 꽉 움켜쥐고 3분 만에 깔끔하게 먹어치운 너 아니더냐. 사람이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마음과는 정반대로 공단 직원이 몽둥이를 들고 쫓아다니기도 했지. 눈치 빨라 사람 발소리만 나도 재빨리 굴에 숨거나 덤불에 몸을 가려 모두를 기쁘게 했다. 이렇게 훈련 잘 받아 놓고 어찌 수컷과 신접살림도 차려 보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단 말이냐.
네가 떠나면서 너처럼 이 땅에서 사라진 토종 동물을 복원하는 사업이 휘청거릴까 염려되는구나. 사향노루 스라소니 호랑이 수달 바다사자 같은 포유류 12종과 임실납자루 미호종개 풍사리 얼룩새코미꾸리 꼬치동자개 감돌고기처럼 이름 예쁜 물고기 12종이 잘 복원될지 걱정이다. 이뿐 아니라 양서·파충류 7종도 복원 대상인데 비바리뱀 수원청개구리 남생이 역시 예쁜 이름 아니더냐. 두드럭조개 나팔고둥 상제나비는 또 어떠냐. 광릉요강꽃 나도풍란 끈끈이귀개 매화마름 섬시호 등 식물 36종도 복원을 기다리는 중이구나.
너를 보내고 이런저런 궁금증을 되짚어 보면서 걱정이 생겼단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물어보니 토종 동식물을 복원하는 데 올해 고작 28억 원이 배정됐다더구나. 현장에서 너희와 부대끼던 직원 사이에선 “다리 하나만 우리 주지…”라는 말을 한다더라. 너희 줄 먹이 사고 키우는 데 돈이 모자라다 보니 작은 교량 지을 돈 정도라도 이 사업에 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너는 애석하게 떠났다만 너무 아쉬워 마라. 2004년부터 방사한 반달가슴곰은 지금까지 34마리에 이른다. 11마리가 폐사하고 4마리는 부적응 판정을 받아 다시 사육장으로 돌아왔으니 성공률이 56%구나. 그러니 이제 네가 처음이던 여우 복원을 좀 더 기다려 봐도 괜찮다 싶구나. 부디 편히 쉬며 네 자손이 숲에서 무리지어 뛰노는 그날을 기원해 다오. 오호애재(嗚呼哀哉)라 여우여∼.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