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욱 푸조 선임 디자이너 “기능적 요소 없는 자동차 디자인 의미없다”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그룹의 한국인 선임 디자이너인 신용욱 씨(45·사진)는 1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푸조비즈타워에서 열린 푸조 ‘208’ 출시 행사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운전대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신 씨는 “208에 적용된 운전대는 기존 모델보다 지름이 6cm 줄어들었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크기가 줄어들었을 뿐이겠지만 최적의 크기를 결정하기 위해 200여 명의 운전자가 동원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조의 신차인 소형 해치백 208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담했다. 2006년 207이 나온 이후 6년 만에 발표된 새 ‘2시리즈’다. 2시리즈는 1929년 출시된 ‘201’ 이후 208까지 총 8번의 모델 교체를 통해 누적 2000만 대가 팔린 푸조의 대표 모델이다.
푸조 본사는 2006년 신 씨에게 ‘인체공학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중형세단인 ‘407’을 기반으로 디자인 작업을 했지만 본사는 푸조의 핵심 모델인 2시리즈의 신형에 신 씨의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신 씨는 “가장 중요한 모델인 208에 새 인테리어를 적용한다고 해서 혹시 판매량이 떨어지면 짐을 쌀 각오까지 했다”고 말했다. 208은 4월 유럽에서의 출시 후 7개월 만에 15만여 대가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이 차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며 신 씨가 초점을 둔 것은 운전자의 편안함이다. 속도 등을 표시하는 계기반은 운전자의 눈높이에 맞춰 위치를 높였다. 시선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신 씨는 영국 왕립미술대를 졸업하고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선행디자인스튜디오를 거쳐 1999년 PSA에 합류했다.
그는 “한국을 떠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늘 모국을 떠올린다”며 “208의 고성능 버전인 ‘208 GTI’가 한국에 출시되면 앞 범퍼 하단에 태극기 장식을 달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