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문화재단 희곡공모 심사위원 조광화-배삼식 교수가 말하는 ‘연극적 글쓰기론’
젊은 극작가들을 위해 ‘물’과 ‘불’이 만났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극’의 예술감독을 맡아 각각 대본과 연출 분야의 멘토가 되어준 부드러운 극작가 배삼식(왼쪽)과 뜨거운 연출가 조광화.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물론 매년 수많은 신문사의 신춘문예를 통해 신진 극작가가 데뷔한다. 하지만 그 작품들은 30분 안팎 분량의 단막극이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극작가도 장막극 대본을 써서 무대화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봄 작가 겨울 무대’가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지난달 30일부터 18일까지 윤미현(‘텃발 킬러’) 이여진(‘평행우주 없이 사는 법’) 정소정(‘뿔’) 이해주(‘치유’) 작가의 장막극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CJ문화재단도 젊은 극작가들에게 장막극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장막희곡 공모를 통해 6편을 선정하고 낭독공연을 통해 3편을 걸러낸 뒤 작품당 5000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해 서울 마포구 창전로의 소극장 CJ아지트에서 실제 공연까지 이뤄지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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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작이 너무 많이 몰려 걱정했는데 작품을 추리는 것은 예상보다 쉬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워낙 영상문법에 중독돼 있다 보니 ‘연극적 글쓰기’를 이해하는 작품이 드물었습니다.”(조광화)
“시류에 편승해 요즘 인기가 많은 퓨전 사극과 로맨틱 코미디를 흉내 내는 작품이 많았어요. 하지만 작가로서 최소한의 개연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하더군요.”(배삼식)
그래서 두 사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해야 ‘연극적 글쓰기’에 충실한 희곡을 생산할 수 있을까. 결론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이란 3간(間)에 대한 이해였다.
먼저 말문을 연 조 씨는 ‘시간’의 흐름을 강조했다. “연극은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컷과 컷을 편집해 보여주는 영상과 달리 시간의 흐름을 차곡차곡 담아내야 합니다. 연극 속에서 누군가 화를 낸다면 갑자기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뜨겁게 달아오르는 과정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그 열기가 다시 관객에게 전도돼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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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꼽은 것은 ‘인간’. 배 씨는 “연극 속 인물에 대해 작가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면 상투적이고 전형적 인물을 만들고 만다”면서 “관객과 더불어 그 인물의 모르는 면모를 발견해간다는 마음으로 인물을 창조할 것”을 권했다. 조 씨는 “기성작품이나 ‘명대사 모음’, ‘속편집’에 기대지 말고 자신의 일상 속에서 겪은 재밌는 이야기, 흥미로운 인물에 대해 ‘작가노트’에 적어뒀다가 이를 토대로 인물을 형상화할 것”을 주문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