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쯤 게을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오늘 하루로 1년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 피터르 브뤼헐의 ‘게으름뱅이의 천국’.
중국 북송 숭양 지역에 장괴애라는 현령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순찰을 돌고 있는데, 한 관원이 창고에서 황급히 뛰어나오는 모습을 봤다.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직감한 그는 관원의 몸을 뒤졌고, 상투 속에서 엽전 한 닢이 나왔다. 창고에서 엽전을 훔치다 누군가 오는 기척을 느끼고 급히 도망쳐 나온 것이다. 하지만 관원의 얼굴에서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그까짓 엽전 한 닢 훔친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러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장괴애는 “먹줄에 쓸려 나무가 잘려나가고, 물방울이 돌에 떨어지면 구멍이 뚫린다. 하루에 1전이면 1000일이면 1000전을 훔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판결한 뒤 가차 없이 관원의 목을 베어버렸다.
관원과 장괴애는 계산법이 서로 달랐다. 장괴애가 1000일 단위의 계산법을 제시하자 상황은 급격하게 반전됐다. 장괴애가 가차 없이 관원의 목을 벨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계산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가 처단한 것은 ‘고작 엽전 한 닢을 훔친 관원’이 아니라 ‘조정의 재정을 거덜 낼 수 있는 관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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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