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문화부장
신드롬에 싸이도 유튜브도 놀라
세계 진출을 위한 정교한 전략은? 없었다. 기적은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땡기게’ 만들어놓은 그의 팀과 유튜브가 합작해 이뤄낸 것이다. ‘강남스타일’은 8일 밤 현재 6억7200만여 건의 조회수로 유튜브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연내 1위 등극도 확실시된다. 그러나 유튜브 역시 이에 대해 어떤 ‘의지’도 없었다. 처음 올라온 뮤직비디오를 본 전 세계의 누리꾼이 그 매력을 입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e메일로 전파했고, 파란 눈의 외국인들도 영상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리액션 비디오’를 잇달아 올렸고, 이어 자신들이 직접 말춤 추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섯 단계를 거치면 모든 인류가 친구다’라는 명제처럼 이내 ‘강남스타일’은 세계인이 공유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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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한국인의 각별한 인연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처음 서비스를 개시한 직후 전 세계가 주목한 최초의 ‘유튜브 스타’ 중 하나가 뉴질랜드에 유학하던 한국인 임정현 씨였다. 그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볼 수 있도록 전자기타로 ‘캐논 변주곡’을 연주해 유튜브에 올렸다. 단박에 조회 수가 수천만 건으로 뛰었고 CNN, 뉴욕타임스 등이 그의 이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어진 유튜브 스타로는 그와 이름도 흡사한 피아니스트 임현정 씨가 있다. 프랑스 파리 국립음대를 졸업한 그는 한국의 가족을 위해 2009년 연주회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빠른 명인기(名人技)가 필요한 ‘왕벌의 비행’ 동영상이 누리꾼들의 눈에 띄었고, 세계적 음반사인 EMI는 그를 픽업했다.
‘강남스타일’처럼 세계를 놀이터로
싸이를 포함한 이들의 사례는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는 데 더이상 절대적인 필요충분조건은 없음을 보여준다. 누리꾼들은 이들의 이름값에, 학벌에 주목하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화면에 반응하는 자신들의 본능을 좇았고,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이를 좋아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얼마간의 낯섦은 오히려 친근함으로 작용했음을 ‘강남스타일’의 리액션 비디오들이 보여준다. 최근 문화강국으로 착실히 성장해온 한국이 더는 ‘변방’도 아니지만, ‘변방’의 개념 자체를 유튜브는 허물어가고 있다. 문화권 사이의 이해를 방해해온 언어 장벽조차 재미있는 콘텐츠 앞에서 무력화된다는 사실을 ‘강남스타일’ 비디오는 보여주었다.
이제 세계는 장벽 없는 하나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곳에서 가장 신나게 활약할 주인공들이 바로 우리의 눈앞에 있다. 뛰어난 재주와 감각을 갖춘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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