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이상호가 4일 열린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상암|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터프한 수원, 서울보다 반칙이 적었던 까닭
반칙왕 이미지에 부담…15개 반칙만
양상민 퇴장 수적열세 더 움츠러들어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수원삼성의 경기기록을 보면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파울이 서울은 19개, 수원은 15개다. 서울의 파울이 많은 것이 왜 의아한지는 이번 슈퍼매치를 앞두고 전개됐던 일련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알 수 있다.
○‘반칙왕’ 이미지에 굳어 버린 수원
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수원 윤성효 감독이 경기 후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시나리오는 현실이 됐다. 수원 스타일은 예전과 달랐다. 전반 파울 숫자는 서울이 9개, 수원이 11개. 수원은 전반 막판 수비수 양상민이 두 번째 경고로 퇴장당한 뒤 많이 움츠러들었다. 물론 수적 열세에서 수비에 집중하느라 그랬을 수 있지만 심리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수원 선수들이 왜 부담을 가졌을까. ‘반칙왕’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수원처럼 국가대표 레벨이 즐비한 팀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기술 없이 힘과 높이만으로 축구한다는 인식이 수원 선수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또 서울은 오심의 피해자 이미지가 강하다. 작년 10월3일 수원전에서 허용한 결승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심판들은 이번 경기 전 언론 등을 통해 ‘수원=반칙왕’이라는 등식을 끊임없이 환기했을 것이다. 심판이 수원 편을 들 수는 없었겠지만 최소 수원의 반칙은 제대로 잡자라는 생각을 했을 공산이 크다.
최 감독은 0-1로 뒤지던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걱정 마라. 심판, 관계자 모두가 우리 편이다. 너희들은 경기만 해라”고 선의의 거짓말까지 했다. 이 발언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줬다. 서울은 후반에도 침착한 패스 플레이로 수원을 압박했다. 최 감독은 “플라시보 효과(약효가 전혀 없는 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해 환자에게 복용했을 때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입장에서 하나 아쉬운 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점. 수적 우위에서 동점골이 조금만 빨리 터졌다면 역전도 가능했다. 그랬다면 최 감독의 선의의 거짓말은 더 빛을 발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