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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방형남]헝클어진 ‘전작권 전환’ 수습하기

입력 | 2012-11-03 03:00:00


방형남 논설위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가 남긴 ‘안보 대못’이다. 노 정부는 ‘자주’와 ‘주권’을 내세워 안보환경을 무시하고 한미동맹의 수준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했다. 전임 정부의 잘못이 크지만 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핵심 안보과제를 차기 정부로 미루는 현 정부도 미덥지는 않다.

정권 따라 춤추는 軍 불안하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2012년 4월 17일’로 확정한 전환일자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해 차기 정부의 소임으로 넘겼다. 이번에는 한미 국방장관이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내년 상반기까지 새로운 연합지휘 조직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미니 연합사’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국방부는 군사협조 기구를 만들어 전작권 전환과 함께 해체되는 한미연합사를 대체하겠다던 그간의 다짐을 뒤집었다.

내년 2월 25일이면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전임 정부가 임기 막바지에 후임 정부가 추진해야 할 임무를 지정하는 것은 월권(越權)이다. 더구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한미 국방장관의 ‘미니 연합사 구성 합의’는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작권 전환은 6·25전쟁 이후 가장 큰 한미동맹 관계의 변화다. 양국이 그토록 중요한 합의를 그대로 시행하지 않고 거듭 손을 대는 것은 기존 약속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설명은 이렇다. 그는 지난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부 장관과 연례안보협의회(SCM)를 마친 뒤 “한미가 이원화한 지휘체제로 가는 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며 “연합사의 중요한 노하우를 활용한 새 연합 지휘조직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의 주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에 반대하던 예비역 장성들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국방부와 군 수뇌부는 “군사협조 기구로도 긴밀한 협조체제에 문제가 없다”면서 반대 여론을 묵살했다.

불과 5년 만에 국방부와 군의 판단이 정반대로 변했다. 오죽 급했으면 국방부가 정부 임기 말에 연합사 대체조직 구상을 들고 나왔겠느냐는 동정론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권에 따라 말을 바꾸는 국방부와 군은 ‘해바라기’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국방개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가게 된다. 국방부는 각 군 참모총장에게 군령권(軍令權)을 부여하는 상층부 지휘구조 개편을 해야 한국군이 전작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개혁과 연합사 대체조직 구성을 차기 정부로 떠넘긴 현 정부는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 지휘통제체계 구축’ 명목으로 올해 98억 원을 지출했다. 내년에는 124억 원을 투입한다. 미니 연합사 구성을 준비하겠다며 예산을 얼마나 더 요구할지 궁금하다.

차기정부 전작권 재검토 고려해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재창 예비역 대장은 “‘북한은 위협이 아니다’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출발한 연합사 폐지의 부작용을 급하게 해결하려다 보니 미봉책이 자꾸 나오는 것”이라며 “차기 정부 출범 이후에 종합적으로 문제점을 점검해 한미 양국에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위협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근의 북방한계선(NLL) 논란에서 보듯 북한에 대한 평가가 정권에 따라 춤을 추면 국론 분열과 안보태세 해이로 이어진다. 차기 정부는 확고한 억제력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전작권 전환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숲 속에서 길을 잃고 계속 헤매는 것보다는 숲에서 아예 빠져나와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낫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