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숨진 중국 87세 할머니의 ‘순애보 남편’ 이야기 화제
류궈장 씨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험한 산길에 망치와 정으로 만든 돌계단의 모습. 류 씨가 50년 동안 이렇게 만든 돌계단은 무려 6000여 개에 이른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알려진 뒤 중국인들은 이 계단을 ‘사랑의 하늘 계단’으로 부르고 있다. 사진 출처 포털 텅쉰
지난달 30일 87세를 일기로 숨진 한 할머니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가 중국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50여 년 전. 중국에서도 산골 동네인 충칭(重慶) 시 장진(江津) 구 중산구(中山古) 가오탄(高灘) 촌. 16세 청년 류궈장(劉國江) 씨와 그보다 10세 연상이며 아이가 넷 딸린 과부 쉬차오칭(徐朝淸) 씨는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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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완전히 등진 것은 아니었다. 새끼 돼지나 농기구를 살 때, 아이들을 결혼시킬 때 한참을 걸어 동네로 나왔다. 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2001년 한 탐험가가 원시삼림 속에서 이들을 발견했을 때 노부부는 “마오 주석(1976년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아직도 건강하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류 씨와 쉬 씨는 가족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위험한 곳에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류 씨가 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반세기 넘게 그가 망치와 정으로 쪼아 만든 돌계단은 무려 6000여 개. 중국 언론은 여러 곳의 계단이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계단 옆에는 작은 구멍을 따로 만들어 손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전했다.
쉬 씨는 류 씨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6세이던 류 씨의 이가 빠진 게 계기였다. 새색시가 이 빠진 자리를 만져주면 새 치아가 나온다는 산골 풍속에 따라 류 씨는 새댁이던 쉬 씨를 만난 것. 쉬 씨가 남자아이의 이빨 빠진 곳에 손가락을 넣는 순간 그는 놀라서 쉬 씨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고 한다.
동화 같은 사랑의 주인공인 쉬차오칭 씨(왼쪽)와 5년 전 숨진 10세 연하 남편 류궈장 씨가 생전에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출처 텅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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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동영상=아내를 위해… 50년간 쌓은 하늘계단 600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