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명 투여 분량… 청국장으로 덮어 세관 통과도매상 등 7명 불구속 입건
전직 간호조무사 임모 씨(50·여)는 2009년 5월부터 최근까지 N, S제약사의 감기약 두 종류를 1950만 알이나 구입했다. 30억 원어치다. 무허가 중간 도매상들을 통해 한번에 2000만∼7000만 원어치씩 감기약을 샀다.
집으로 배달된 감기약 포장지를 뜯어 한 알씩 깐 뒤 수시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제분소로 찾아갔다. 제분소 사장 오모 씨(58)는 임 씨가 일러준 대로 감기약을 가루로 잘게 빻아 진간장과 섞어 반죽한 뒤 플라스틱 김치통에 담았다. 그 위에 청국장을 얹었다. 잠시 후 제분소로 보따리상 최모 씨(58)가 찾아왔다. 김치통을 들고 간 그는 공항에서 청국장으로 물품 신고를 한 뒤 멕시코로 날아가 현지 교민 김모 씨(50)에게 전달했다. 그러기를 총 70차례 했지만 강력한 청국장 냄새 때문에 한국이나 멕시코 어디에서도 적발되지 않았다.
이들이 넘긴 감기약 가루는 멕시코 현지에서 6000만 명분의 히로뽕을 만들 수 있는 원료였다. 한동안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한국이 ‘세계 최악의 마약 문제를 앓고 있는’ 멕시코에 원료를 수출했다는 오명을 얻게 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주생산국인 멕시코에서는 염산슈도에페드린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염산슈도에페드린이 함유된 감기약을 국내에서 싼값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며 현지 교민 김 씨도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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