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 상가 밀집지대 진화과정서 허점 드러나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뒤편 한 상가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호스를 끌고 좁은 골목으로 진입하고 있다(왼쪽 사진). 당시 소방서에는 ‘골목형 소방차’(오른쪽) 한 대가 있었지만 정작 이날 출동하지 않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날 이런 골목길 화재에 대비해 도입한 ‘골목형 소방차’는 출동조차 못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좁은 골목길로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는 골목형 소방차 두 대를 종로소방서와 동작소방서에 배치해 1월 10일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당시 시 소방재난본부는 “골목형 소방차는 일반 소방차보다 폭이 좁고 길이는 3m가량 짧아 기동성이 뛰어나다. 일반 소방차에 비해 물 담는 공간이 작지만 특수장비를 실어 골목길 화재를 초기에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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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한 대를 보유한 동작소방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동작소방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골목형 소방차 출동 건수는 총 23건이다. 그러나 대형 화재 출동 시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배치할 인원이 없어 7월 이후에는 한 번도 출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했던 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골목형 소방차가 들어가기에도 좁은 길이었다”며 “큰길에서 2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아 일반 소방차량을 이용해서 진화해도 충분했다”고 해명했다. 소방당국은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15번 출구 앞 편도 4차로와, 화재 지점에서 약 80m 떨어진 종로18길 등 두 곳에 소방차량을 세워두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처음 불이 난 식당 바로 옆 상점 주인 A 씨는 “스타렉스 승합차 정도는 우리 가게 바로 앞까지 들어와 물건을 내려놓고 간다”고 했다. 실제 A 씨의 가게 앞 골목길은 큰길에서부터 점점 좁아져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2.3m였다. 스타렉스를 개조한 골목형 소방차의 폭은 1.93m. 골목형 소방차가 출동했으면 불이 난 상가 바로 앞까지 진입할 수 있었을 폭이다. 일반 소방차량의 폭은 대부분 2.5m이다.
소방당국은 “좁은 길에도 신속히 출동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소방공무원이 낸 창의아이디어로 만들게 된 골목형 소방차를 스스로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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