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분기 성장률에 외국자본 1조 빠졌는데 원화가치는 이상 급등경제체력과 따로 놀아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과잉 유동성이 장기적인 환율 하락을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최근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부터 한 달 사이에 가파르게 떨어졌는데 이 기간 외국인 자금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10월에 주식시장에서 1조700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채권시장에서 1100억 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1조 원 정도가 빠져나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해외자금 유입보다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보유달러 매도를 꼽고 있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고, 추가 하락이 예상되자 수출기업들이 앞 다퉈 보유하던 물량을 내놓으면서 환율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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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락에 따른 환차익 기대감으로 해외 자금유입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원화의 저주’에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들이 워낙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선진국 문턱에 있으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좋아 보이고, 원화는 안전자산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며 “한국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생기면 원화 역시 안전자산의 저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화의 저주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처음 주장한 ‘안전통화의 저주’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통화가치가 경제 여건과 따로 놀면 그만큼 부작용이 심각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 경제가 안전통화 저주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1990년대 접어들며 장기 경기 침체를 겪었다. 엔화가치는 이를 반영해 떨어져야 했지만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늘자 고공행진을 했다. 이에 따라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일본 경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겪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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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